산업화가 몰고온 기상이변으로 초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해안에는 해파리 떼가 먹구름처럼 모여들고, 호수와 강물에는 녹조가 수면을 가득 채우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몰고오는 이런 환경적 재앙은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모든 나라,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환경을 망치자 자연이 역습한 결과일 뿐이다.
이렇게 볼 때 한 국가의 운명도 어느 한 정치인, 어느 한 개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전체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가 쿠데타에 성공한 것도 박정희라는 한 개인의 능력에 출중했다기 보다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는 국가적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12.12 광주 사태 또한 당시의 시대적, 국가적 환경이 그런 사태를 유발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환경재앙이 증명하듯 원인 없는 결과 없는 것은 하늘의 법칙이므로 나라도 개인도 원인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좌파적 세력들이 행정부와 입법부와 사법부 3부를 장악하고 나라를 입맛대로 주무르고 있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의 잘잘못이 아니라 5천만 국민의 잘잘못이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전반적 환경이 좌파적 정치인들을 키우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이는 국민의 힘이 잘못해서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환경이 호수를 뒤덮고 있는 녹조나 해안에 몰려드는 해파리 떼들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문명은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문명이다. 따라서 나라를 불문하고 정부가 일자리 칭출 우선이든, 민생 살리기 우선이든, 여야협치 살리기 우선이든 어떤 전략적 목표를 우선시 하는 것은 그것이 합리적 최선이라는 전제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우선 정책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구체적 항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구체적 항목 역시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현대인들은 왜 그런 합리성을 최선의 판단근거로 삼는 것일까?
합리성은 이성에 기반한 논리적 사고와 행동을 의미하며,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중시한다. 철학에서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적 효율성을 합리성의 기준으로 삼고, 경제학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한 행동을 합리성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정치를 보면 합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현대국가의 행위는 오직 합리성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향해 관세 압박이라는 무소불위의 철퇴를 휘두르고 있다. 이성적, 합리적 입장에서 보면 관세는 상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관세를 올리면 상대방도 그에 맞대응하여 올리게 될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합리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힘있는 강자는 일방적 복종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중세 농노시대 때 영주가 농노들에게 지대(地代)를 올리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농노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영주는 더욱 부자가 된다. 이런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은 빈자들로 하여금 무릎 꿇고 살려 달라고 통사정하게 만든다. 그러면 영주들은 쥐꼬리만큼 지대를 깎아 주고도 온갖 허세를 다 부린다.
이렇게 볼 때 제 발로 찾아와 무릎 꿇고 싹싹 비는 자는 시대를 불문하고 갈 곳 없는 약자들이고, 선심을 쓰는 체 하면서 뀌꼬리만한 혜택을 주는 자는 강자들이다. 이는 99개를 가진 자가 나머지 1개를 더 뺏어 100개를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사악한 저주스러운 욕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는 그 저주스러운 욕망를 체우는데 혼신을 바쳐온 역사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통해 영토를 뺏고 있는 현실, 이스라엘이 자기들의 안락을 보장받기 위해 무자비하게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있는 현실, 트럼프가 조금도 주저없이 관세 폭탄을 안기고 있는 현실은 모두 공생공영(共生共榮)이라는 인간적 관계를 만들기 위한 발상이 아니라 악인악과(惡因惡果)라도 좋으니 나의 욕심을 채우겠다는 일방적 발상임이 틀림없다.
이런 자기 욕심 채우기를 위해 현재 남아있는 마지막 수단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러시아든, 이스라엘이든, 인도든, 파키스탄이든, 미국이든, 북한이든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확신한다며 서슴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임이 틀림없다. 그것이 하늘이 부여한 인간의 천부적 본능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런 본능을 이길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가의 운명은 본능에 사로잡혀 있는 모두가 만드는 것이다. 결코 어느 한 정치인, 어느 한 단체, 어느 한 지역이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국가적, 국민적 차원의 우향우, 혹은 좌향좌를 염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손 영일 컬럼 『창몽지상강론(創夢紙上講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