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 특별법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면서 속도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충분한 숙의 과정이 생략됐다"며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추진되는 만큼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 대구·경북, 광주·전남을 대상으로 한 행정통합 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공청회 개최 이후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상정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 입장을 통해 "행정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중대한 사안을 단기간에 처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고, '숙의 민주주의 원칙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입법 절차의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제시된 행정통합에 대해 시민사회는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만으로는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자치권 강화와 재정 분권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구조적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 분야 특례 조항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법안에는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를 일괄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조항은 환경·기후·건강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시민단체들은 "보호구역 지정과 해제 권한까지 단체장에게 집중될 경우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 분야 역시 논쟁 대상이다. 일부 통합안에는 특수목적고와 영재학교, 국제학교 설립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교육계에서는 "교육자치의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 부문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특정 구역 지정 시 경제자유구역과 유사한 효력을 부여해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가 포함되는 부분에 관해서 시민사회는 "공공의료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리 중심 의료기관이 확대될 경우 지역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 지자체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 지방채 발행 한도 완화, 세제 감면 등의 조항이 포함된 재정 지원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 의견 청취만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으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통합은 주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직접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는 "권한이 집중된 광역단체장에게 인구와 예산, 정책 권한이 추가로 확대될 경우 '제왕적 단체장'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공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