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교수는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을 역임하며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을 경험했고, 현재 국회의정연수원에서 지방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와 인구·재정·정책 분석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재는 “지방소멸”이라는 추상적 담론을 넘어, 실제 통계와 정책 구조를 바탕으로 인구 증가 지역의 전략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더 이상 학술 용어가 아니다. 언론, 국회, 지방의회, 정부 보고서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시대 진단이다. 출생아 수 감소, 고령화, 수도권 집중, 청년 인구 유출이 겹치면서 다수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 지역경제 침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시군구 단위까지 내려가 살펴보면, 다른 장면이 보인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약 60여 곳(63개)이 전년 대비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 최근 5년(2020~2024) 동안 감소세를 멈추고 증가세로 전환했거나, 지속적으로 증가한 지역도 적지 않다.
우리 나라 전체 인구는 줄고 있지만, 어떤 지역은 분명히 늘고 있다. 이 역설을 읽지 못하면 지방소멸 논의는 공포 담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인구 증가 지자체’를 보는 두 개의 눈
인구 증가 지역을 평가할 때는 최소한 두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특정 연도에 전년 대비 주민등록 인구가 증가한 단기 증가형이다.
둘째, 최근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한 장기 추세형이다.
이 구분은 정책 평가에서 매우 중요하다.
충청북도에 위치한 ‘진천군’은 장기 추세형의 대표 사례이다.
진천군은 2006년 이후 18년 연속 인구가 증가했다. 2006년 말 약 6만 명 수준이던 인구는 2019년 8만 명을 돌파했고, 2024년 말에는 86,537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 가운데 최장기 인구 증가 기록에 해당한다.
18년 연속 증가라면 이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이다. 정책, 산업, 주거, 생활환경이 장기적으로 설계되고 실행되었다는 의미이다.
반면 일부 지자체는 대규모 택지 입주나 일시적 산업단지 가동 등으로 단기 증가를 보이지만, 장기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기도 한다. 지방의회는 “올해 조금 늘었다”는 수치에 안도해서는 안 된다. 최소 5년 이상의 인구 구조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
인구 이동을 좌우하는 네 가지 축
국내외 지역경제·도시정책 연구를 종합하면, 시군구 간 인구 이동 요인은 크게 네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일자리와 기대소득이다.
산업·서비스 일자리가 많고 기대소득이 높은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한다는 것은 인구경제학의 기본 명제이다. 산업단지 조성, 기업 유치, 혁신거점 형성은 인구 증가의 선행 변수이다.
둘째, 주택 공급과 가격이다.
주택보급률이 높고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는 지역은 인구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30대 전후 가구에서는 주택 요인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다.
셋째, 교통과 시간거리이다.
고속도로, 광역전철, BRT 등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면 대도시 접근성이 개선되고, 통근 가능권에 포함되는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넷째, 생활환경이다.
교육, 보육, 의료, 공원·녹지, 문화시설, 복지지출 수준 등 정주 여건은 장기 정착 여부를 결정한다. 단기 유입은 가능해도 생활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면 재유출이 발생한다.
국회미래연구원과 청년패널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대 초반은 교육,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직업, 30대 전후는 주택 요인이 이동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애주기별로 정책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인구 증가 지역의 공통 공식은 다음과 같다.
일자리(소득 기회) + 주거(택지·신도시) + 접근성(교통) + 생활환경(교육·보육·복지)
이 네 축이 분절적으로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설계될 때 장기 증가가 가능하다.
지방의회가 ‘인구’를 보는 방식
지방의회 입장에서 인구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는 재정 수입, 교부세, 교육 수요, 복지 지출, 도시계획, 산업정책을 관통하는 구조 변수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인구정책을 점검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최근 5년 인구는 지속 증가인가, 일시 반등인가, 구조적 감소인가.
▷동일 광역자치단체 내 증가 지역과 감소 지역의 정책 차이는 무엇인가.
▷청년·신혼·고령층 등 생애주기별 이동 요인이 예산과 조례에 반영되고 있는가.
▷인구 데이터를 정책결정의 핵심 지표로 관리하고 있는가.
지방소멸을 말하는 시대이지만, 같은 제도와 같은 국가 환경 속에서도 인구를 늘리는 지역이 존재한다. 통계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읽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의회의 질문이다.
▷법학박사,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