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com, pub-9005101102414487, DIRECT, f08c47fec0942fa0

[문용대 칼럼] 길 위 마음을 잇는 안전의 선

문용대

며칠 전 고속도로를 달렸다. 복잡하게 갈라지는 분기점 위로 분홍색과 초록색 유도선이 또렷한 길잡이처럼 펼쳐져 있었다. 이 선을 따라갈 때마다, 누군가 참 다정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생각했다. 나같이 길 위에서 머뭇거리는 초행길 운전자에게 이 선은 단순한 안내선이 아니라, 불안을 걷어내 주는 든든한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이 선 뒤에는 한 사람의 치열한 사투가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 분홍·초록색 노면 유도선을 우리 도로에 처음 입힌 주인공이다. 2011년, 영동고속도로 안산분기점에서 반복되는 사망 사고를 지켜보며 그는 도로공사 직원으로서 무거운 부담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로 시설이 미비해서 아까운 생명을 잃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이 깊어가던 저녁, 거실에서 아이들이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선을 긋고 있었다. 고사리손이 거침없이 그려내는 알록달록한 선을 본 순간, ‘도로에도 색을 입히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혁신으로 가는 길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당시 도로교통법상 허용된 색은 백색, 황색, 청색뿐이었다. 이와 다른 색 분홍과 초록은 전례 없는 ‘불법’이었고, 주변에서는 “사고 나면 네가 책임질 거냐”, “운전자들이 헷갈려 물병을 던질 거다”라는 냉소와 비난이 쏟아졌다. 감사원 감사까지 각오해야 했던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그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확신 하나로 롤러 자루를 잡았다.

 

결국 안산분기점에 첫 선이 그려졌고, 결과는 기적 같았다. 설치 전 연간 20여 건에 달하던 사고가 설치 후 6개월 동안 단 3건으로 급감했다. 이후 전국 고속도로 분기점으로 확대되자 사고율이 27% 감소했고, 서울 시내 교차로에서는 사고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거대한 예산이나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페인트 한 통과 롤러 자루가 수많은 생명을 지켜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셈이다. 누리꾼들이 그를 향해 “국회의원 백 명보다 낫다”는 찬사를 보낸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 작은 선 하나가 세상을 바꾸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내부 지침을 세웠고, 정부는 관리 매뉴얼을 제작했다. 마침내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분홍색과 초록색이 공식 차선으로 인정받으면서, 색깔 유도선은 제도권 안으로 당당히 들어왔다. 이제 우리는 어느 고속도로에서나 이 ‘다정한 길잡이’를 만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생명을 지키는 것,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꿈꾸는 진짜 혁신의 얼굴이다.

 

윤석덕 차장은 이 공로로 국민훈장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정도 수고는 당연하다”고 담담히 말했다한다. 나는 고속도로 분기점에 들어설 때마다 그 선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한다. 저 분홍색과 초록색은 타인의 아픔을 끝내 자기 책임으로 바꾸어 낸 다정한 배려이며, 비난과 냉소를 헤치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은 ‘용기’의 빛깔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선을 따라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의 하루를 더 안전하게 해 줄 작은 선 하나를 긋고 있는가. 나 자신에게 묻는다. 상식의 경계를 한 걸음 넘어 세상을 밝히려 했던 한 사람의 진심 덕분에 우리의 길이 이토록 따뜻해졌음에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한국예인문학, 지필문학, 대한문학, 문학고을’ 활동

‘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브레이크뉴스’ 오피니언 필진

‘코스미안뉴스’ 오피니언 필진

수필집 ‘영원을 향한 선택’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작성 2026.02.26 10:16 수정 2026.02.26 10:45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중동발 경제 한파 터졌다! 한일 재무수장 도쿄서 긴급 회동, 왜?
중동발 경제 쇼크,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마약 치료 실적 5배 폭발! 경기도가 작정하고 만든 이것
노후파산의 비명, "남은 건 빚뿐입니다"
"내 집 재개발, 가만히 있다가 2년 날릴 뻔했습니다"
"버리면 쓰레기, 팔면 황금? 경기도의 역발상!"
안산 5km 철도 지하화…71만㎡ 미래도시 탄생
78만 평의 반전! 기흥호수의 대변신
2026 전세 쇼크: "이제 전세는 없습니다"
서울 살 바엔 용인? 수지 17억의 비밀
의사가 진료 중에 AI를 켠다?
벚꽃보다 찐한 설렘! 지금 일본은 분홍빛 매화 폭포 중
기름값 200달러? 중동 발 퍼펙트 스톰이 온다!
신학기 감염병 비상! "수두·볼거리" 주의보
2026 경기국제보트쇼의 화려한 개막
"1초라도 늦으면 끝장" 경기도 반도체 올케어 전격 가동!
엔비디아, 실적은 역대급인데 왜 주가는 폭락할까?
안성 동신산단, 반도체 소부장 거점 조성 본격화
서울 집값 폭락? 당신이 몰랐던 13%의 진실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재건축 지연 논란까지 확산
미쳤다 서울 집값!” 1년 새 13% 폭등, 내 집 마련 꿈은 신기루인가..
몸짱 되려다 몸 망친다! SNS에서 산 그 약?, 사실은 독약!
왜 나만 매번 상처받을까?
"앱 노가다 끝!" 바쁜 현대인을 위한 삼성의 새로운 치트키
도심 한복판 ‘비밀의 숲’ 열렸다... 물향기수목원서 천연기념물·멸종위기..
의외로 모르는 임윤찬 숨겨진 레전드 Autumn Leaves
지휘자만 모르게 준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
지휘자가 클래식 음악에 중요한 이유
유튜브 NEWS 더보기

일론 머스크의 경고, 2030년 당신의 책상은 사라진다

부의 이동심리, 타워팰리스가 던지는 경제적 신호

그대는 소중한 사람 #유활의학 #마음챙김 #휴식

나 홀로 뇌졸중, 생존 확률 99% 높이는 실전 매뉴얼

숨결처럼 다가온 희망. 치유.명상.수면.힐링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다./유활도/유활의학/유활파워/류카츠대학/기치유

O자 다리 한국, 칼각 일본? 앉는 습관 하나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급성 장폭풍’… 노로바이러스, 아이들 먼저 덮쳤다

아오모리 강진, 철도·항만·도심 모두 멈췄다… 충격 확산

경기도, 숨겨진 가상자산까지 추적했다… 50억 회수한 초정밀 징수혁신으로 대통령상 수상

간병 파산 막아라... 경기도 'SOS 프로젝트' 1천 가구 숨통 틔웠다 120만 원의 기적,...

100세 시대의 진짜 재앙은 '빈곤'이 아닌 '고독',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브레이크 밟았는데 차가 '쭉'... 눈길 미끄러짐, 스노우 타이어만 믿다간 '낭패...

"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응급실 뺑뺑이 없는 경기도, '적기·적소·적시' 치료의 새 기준을 세우다

GTX·별내선·교외선이 바꾼 경기도의 하루… 이동이 빨라지자 삶이 달라졌다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 삶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

아이젠사이언스생명연, AI 신약 개발 초격차 확보 전략적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