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681억 달러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5% 가까이 폭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역대급 실적과 '비이성적' 폭락의 괴리
엔비디아가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현지 시각 2026년 2월 25일 발표된 4분기 실적은 매출 681억 달러, 주당순이익(EPS) 1.62달러로 시장의 기대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특히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75% 성장한 623억 달러를 기록하며 'AI 황제'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4.4% 넘게 하락하며 180달러 중반대까지 밀려났다.
이러한 현상은 전형적인 '뉴스에 팔아라(Sell the news)'의 전형을 넘어선, 시장의 근본적인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엔비디아가 '얼마나 잘 버는가'가 아니라, '이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주가가 급락하는 기괴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지금이 고점에서의 탈출 신호인지,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저점 매수의 기회인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PER 24배의 함정: 저평가인가, 성장의 한계인가
현재 엔비디아의 가장 흥미로운 지표는 밸류에이션이다. 주가 폭락과 실적 상향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엔비디아의 선행 PER은 약 24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2025년 한때 40배를 웃돌던 수치와 비교하면 사실상 '반값 세일'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엔비디아가 이 정도 수준의 PER을 기록했을 때마다 주가는 이후 6개월 내에 두 배 가까운 반등을 보였던 선례가 있다.
그러나 30년 경력 기자의 눈으로 볼 때, 지금의 PER 24배는 단순한 '저평가'로 치부하기엔 위험 요소가 다분하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이익 추정치가 '피크 아웃(Peak-out, 정점 통과)'에 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분기별 매출 성장률이 미세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40억 달러로 축소되었다는 사실은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수치상의 저평가가 성장의 둔화를 선반영하는 '가치 함정(Value Trap)'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는 이유다.
빅테크의 변심과 성장의 역설
엔비디아 폭락의 이면에는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들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2026년 한 해에만 AI 인프라에 7,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내부에선 "AI 수익화가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차세대 칩인 '블랙웰(Blackwell)' 시리즈의 공급망 병목 현상과 중국 시장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은 엔비디아의 발목을 잡는 핵심 변수다. 젠슨 황 CEO는 "에이전트 AI가 산업 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지만, 시장은 이미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고객사들의 설비투자(CAPEX)가 정점을 찍고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엔비디아의 '완벽한 실적'은 오히려 향후 닥쳐올 성장 둔화의 전조로 해석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장의 공포 vs 전문가의 낙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골드만삭스와 제이피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엔비디아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200달러 중반대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폭락을 과열된 시장의 '건전한 조정'으로 본다. 데이터센터를 넘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그리고 기업용 소프트웨어로 확장되는 엔비디아의 생태계가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 투자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에 질린 매도'가 아닌 '분할 접근'의 지혜다. 기술적으로 180달러 선은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선이 무너진다면 단기적인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AI 산업의 대세 하락장으로 보기엔 엔비디아의 현금 창출 능력과 75%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 너무나 압도적이다. 지금의 폭락은 단기 투기 세력의 이탈일 뿐, 장기적인 펀더멘털의 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AI 거품론'을 넘어서는 엔비디아의 생존 전략
결국 이번 엔비디아 사태는 AI 산업이 '기대감'의 영역에서 '증명'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가는 더 이상 좋은 실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하드웨어 판매업자를 넘어, 전 세계 AI 인프라의 운영체제(OS)가 될 수 있는지 그 지속 가능성을 묻고 있다.
PER 24배는 분명 매력적인 가격대다. 그러나 이는 엔비디아가 다음 분기에도, 그다음 분기에도 '예측 불가능한 혁신'을 보여준다는 전제하에 유효하다. 투자자들은 지금의 폭락을 'AI 시대의 종말'이 아닌 'AI 2.0 시대로의 진입통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듯, 모두가 공포에 질려 '탈출 신호'를 찾을 때 데이터의 본질을 읽는 자만이 다음 상승 사이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최신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 리포트 성격의 기사입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히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