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민항구의 한 은발 클럽.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깔리고,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하나둘 댄스 플로어로 향한다. 이들의 연령대는 평균 65세. 1인당 100여 위안(약 2만 원)으로 하루 종일 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백원 일일 모임'은 현재 상하이에서 가장 핫한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불과 2년 전 문을 연 첫 매장은 현재 4개로 늘었고,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200만 위안(약 4억 원)을 안정적으로 돌파했다.

중국이 '은발 경제'의 거대한 물결 속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국무원은 지난 26일 열린 춘절 이후 첫 상무회의에서 '은발 경제 및 양로 서비스 발전 추진'을 핵심 의제로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2035년까지 중국의 은발 경제 시장 규모가 30조 위안(약 6000조 원)에 달해 GDP의 1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2025년 현재 10조 위안 수준인 시장 규모가 10년 만에 3배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계산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 시장을 이끄는 '신세대 시니어'의 소비 패턴 변화다. 과거 '근검절약'이 미덕이었던 노년층과 달리,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는 '적극적인 삶의 향유'를 추구한다. 그들의 수요 구조도 생존형에서 문화·여가·건강을 아우르는 '품격형·질 추구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상하이의 사례처럼 단순한 외식이나 관광을 넘어, 동호회 기반의 문화 활동과 사교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급부상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은발 경제의 진정한 잠재력은 '표면' 그 너머의 일상에서도 발견된다. 베이징에 사는 78세 궈메이린 할머니는 귀가 후 현관에 놓인 특별한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는다. 팔걸이가 달린 이 환승 의자는 '가정 노인 편의시설 개조' 사업의 일환으로 무상 설치됐다. 궈 할머니는 현관 의자와 함께 욕실 샤워 의자, 변기 손잡이 등 세 가지 품목을 선택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4명이 낙상을 경험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욕실과 화장실에서 발생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상무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민정부 등 6개 부처는 지난해 '양신(兩新) 정책'(대규모 장비 업데이트 및 소비재 교체 촉진 정책) 확대 시범 사업을 통해 노인 편의용품을 '소비재 교체 보조금'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부 지역에서는 적격 노인용품 구매 시 최대 30%의 재정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지원책은 노인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고, 지난 10년간 중국의 노인 편의용품 종류는 1000여 종에서 1만여 종으로 급증했다.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의료와 돌봄의 영역이다. 전국적으로 4000만 명에 달하는 거동 불편 및 부분적 거동 불편 노인들은 퇴원 후에도 가정 내 전문 간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간호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업계 추산 중국의 간호 관련 인력 부족 규모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국가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신판 '직업 분류 대전'에 '장기 요양사'라는 새로운 직종을 신설하고, 국가 직업 표준을 제정해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다.
한국 기자의 눈에 비친 이 모든 변화는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은발 경제는 더 이상 복지의 영역에 갇힌 '시혜적 경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14차 5개년 규획'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15차 5개년 규획'을 거치며 민생 사업에서 GDP의 10%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으로 진화했다. 국무원이 강조한 '은발 소비 잠재력 해방', '소비 보조금 정책의 선도적 역할', '은발 소비 신시나리오·신업태 창출'은 결국 이 거대한 인구 집단의 삶의 질 향상이 곧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30조 위안 시장을 앞둔 중국의 은발 경제는 이제 시작점에 서 있다. 그 성장의 온도는 사회 문명의 높이를 가늠할 것이며, 그 활력은 중국 경제 미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저성장 시대를 목전에 둔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더 이상 '고령화의 그림자'에 갇히지 않고, '액티브 시니어'의 힘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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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