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보다 큰 폭락 코스피 코스닥 이틀 새 818조 증발
미국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에 국내 금융시장 ‘패닉’ 주식 환율 채권 동반 불안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틀 동안 18% 넘게 급락했고, 시가총액 약 818조 원이 증발했다. 환율 급등과 채권 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국내 금융시장은 이른바 ‘트리플 약세’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12% 폭락 911 이후 최대 낙폭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8.37포인트(12.06%) 하락한 5,093.54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하락률 기준으로 2001년 9·11 테러 직후 기록했던 –12.0%를 넘어선 사상 최대 낙폭이다.
특히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3일부터 이틀 동안 코스피는 18.43%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818조 원으로, 전체 시총의 약 15%에 달한다.
코스피는 최고점 경신 이후 불과 3거래일 만에 1,214포인트가 빠지며 5,000선 붕괴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날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 정지 조치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전 11시 19분 전후에는 지수가 8% 이상 하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해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4년 8월 이후 약 19개월 만이며 역대 7번째 사례다.
대부분 종목 하락…“시장 전체가 무너졌다”
종목 대부분이 하락하는 전형적인 패닉 장세가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된 925개 종목 가운데 905개가 하락했다. 전체 종목의 약 98%가 떨어진 셈이다.
기관은 장 초반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이후 순매도 5,887억 원으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97억 원, 2,376억 원을 순매수했다.
대형주 낙폭도 컸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1.74% 하락한 17만2,2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 역시 9.58% 떨어진 8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반사 이익이 기대되던 방산주와 해운주 역시 시장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도 상황은 비슷했다. 코스닥 지수는 14% 급락한 978.44로 마감하며 올해 초 지켜왔던 ‘천스닥’(1000선)을 한 달여 만에 내줬다.
환율 1500원 돌파 채권 금리도 급등
증시 충격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으로도 확산됐다.
원 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06.5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주간 거래에서는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20원대에서 1,470원대로 급등했다.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전쟁이라는 대외 변수로 인해 환율 상승 압력을 단기간에 제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환율 급등 배경과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중동 정세에 따라 환율과 금리, 주가 등 주요 금융 변수의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채권 시장 역시 불안하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 3.447%에서 이날 3.63%까지 상승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금융시장 향방, ‘전쟁 조기 종식’에 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시장 충격의 핵심 변수로 중동 전쟁의 전개 방향을 꼽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국제 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급격히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지수 급락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5배까지 낮아져 역사적 평균인 10.8배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완화된 만큼 전쟁 상황이 안정될 경우 반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시장은 당분간 중동 전쟁의 향방과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에 따라 큰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