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적인 ‘커피 공화국’이다. 국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512잔에 이른다. 이는 세계 평균(약 200잔)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하지만 이 거대한 소비 시장 뒤에는 분명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89% 이상이 수입 원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약 15만 톤에 달하지만, 한국의 기후 환경상 커피 원두를 대규모로 재배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구조적 한계 속에서 한 농업 스타트업이 색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경북 경산의 농업회사법인 ㈜케이빈즈(K-Beans)다. 이 회사는 커피 원두 대신 국산 콩을 활용한 기능성 커피 ‘아로소이(AROSOY)’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케이빈즈의 경쟁력은 단순히 “콩을 커피에 섞었다”는 데 있지 않다. 콩과 커피의 결합, 기술이 만든 차별화로 거대한 대한민국의 커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핵심은 특허 기술과 식품 기능성 설계다. 대표적인 기술은 ‘항노화 활성 조성물’ 특허인데, 표고버섯 추출물과 가죽나무 잎을 활용한 이 기술을 커피 제품에 적용하면서, 단순 기호식품을 넘어 기능성 식품 영역으로 확장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특징이 결합됐다. 그것은 저카페인 설계, 고단백 영양구조, 그리고 독자적인 로스팅 기술이 그것이다.
먼저 저카페인 설계란 100ml 기준 카페인 약 15mg 수준으로 일반 커피의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고단백 영양 구조를 보자면 국산 비전이적(non-GMO) 콩을 활용해 단백질과 지방 등 영양 성분을 강화했으며, 마지막으로 독자적인 로스팅 기술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콩 특유의 비린내를 유발하는 리폭시게나제 효소를 제거하는 로스팅 공정을 적용했다.
또한 케냐·에티오피아·콜롬비아·브라질 등 다양한 산지의 커피 생두를 블렌딩해 기존 커피의 풍미도 유지했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저카페인·고단백·항노화·글루텐프리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하나의 제품에 결합한 구조가 완성됐다.
케이빈즈의 사업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시장 트렌드와의 정렬 때문이다. 그것은 글로벌 식품 트렌드와 정확히 맞물린 전략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저카페인 시장의 성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을 400mg 이하로 제시한다. 커피 소비가 많은 국가에서는 저카페인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둘째는 기능성 식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이미 6조 원을 넘어섰다. 항산화·면역·항노화 기능을 강조한 식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셋째는 글루텐프리 식품 시장의 고속성장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70억 달러로 추정되며 연평균 9% 이상 성장하고 있다. 콩은 천연 글루텐프리 식품이다. 케이빈즈는 이를 활용해 건강 지향 소비층을 겨냥한 커피 제품군을 구축했다.

케이빈즈는 특히 중국 시장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 커피 시장은 최근 연평균 15~25% 성장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2024년 시장 규모는 약 1500억 위안(약 28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케이빈즈는 상하이 수입유통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중국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장면은 올해 초 외교 무대에서 나왔다. 케이빈즈는 지난 1월 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경제사절단에 식품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중국 농업부 관계자와 주요 식품 유통 기업들과 상담을 진행하며 한국 기능성 식품과 K-푸드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중소 농업기업이 국가 정상 외교 무대에서 K-푸드 브랜드 가치를 알린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케이빈즈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순환형 식품 사업 모델이다. 커피 추출 후 남는 커피박을 단순 폐기하지 않고 밀가루 대체 원료로 활용해 베이커리 제품으로 재가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사업 구조는 원료 농산물 → 커피 제품 → 부산물 식품으로 확장된다. 즉 원료 생산·가공·재활용을 결합한 농업 6차 산업 모델이다. 이는 ESG와 순환경제 흐름에도 부합하는 전략이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 해결해야 할 숙제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첫째는 소비자 인식이다. ‘콩 커피’라는 개념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둘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현재 제품 가격은 일반 커피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셋째는 대량 생산 인프라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비 투자와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케이빈즈는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해외 규제 대응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는 ‘항노화’와 같은 건강 기능 표현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그럼에도 케이빈즈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이 생산할 수 없는 커피 원두 대신 한국이 잘 생산하는 콩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농산물 가공이 아니라 기술·식품·브랜드 전략이 결합된 K-푸드 모델이다. 경북의 작은 농업법인이 세계 커피 시장에 한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콩으로도 커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3~5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실험이 한국 농업의 수출 모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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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