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개의 거대한 지능이 공유하는 하나의 생각, Artificial Hivemind
인공지능에게 창의적인 시를 써달라고 요청하면, 챗GPT든 클로드든 제미나이든 개발사와 관계없이 놀랍도록 비슷한 비유와 문장 구조로 답변을 시작하는 현상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사업 아이디어나 인생의 조언을 구하는 개방형 질문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무한한 지식을 가졌을 것 같은 첨단 기술이, 실제로는 서로의 답변을 복사하는 듯한 거대한 지능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NeurIPS 2025 최고 논문상 연구(Liwei Jiang et al., arXiv:2510.22954)가 이를 Artificial Hivemind라 명명한다.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 2025)에서 최고 논문상(Best Paper)을 수상한 리웨이 장(Liwei Jiang) 연구팀(워싱턴대 알렌 스쿨 및 스탠퍼드 AI 소속)의 연구는 이 거대한 역설을 과학적 데이터로 입증해 냈다.
이들은 고도화된 언어모델들이 보여주는 한계를 Artificial Hivemind(수많은 AI가 마치 하나의 뇌를 공유하듯 똑같이 작동하는 인공 군집정신)라 명명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심화하고 있는 극단적인 LLM 동질화(훈련 데이터나 아키텍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이고 유사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쏠림 현상)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단순히 기술의 성능이 발전하는 것을 넘어, 모든 AI가 획일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똑같은 대답만을 반복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INFINITY-CHAT 실험이 증명한 명백한 언어모델 수렴 현상
연구진은 이 현상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실제 챗GPT 사용자의 질의를 바탕으로 2만 6천 개 규모의 INFINITY-CHAT(인피니티 챗,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들로만 구성된 개방형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단답형이나 사실 확인용 질문이 아닌, 인간 참여 실험을 통해 '답이 여러 개일 수 있다'고 확인된 창의적인 질문만을 엄선하여 70개가 넘는 최신 상용 및 오픈소스 모델들에 동일하게 던졌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질문의 79%에서 서로 다른 모델들의 답변 평균 유사도가 0.8 이상이었다. 의도적으로 생성 온도를 높여 모델이 다양한 답변을 유도하도록 공격적인 샘플링 설정을 부여해도, 심지어 아키텍처가 전혀 다른 경쟁사의 모델로 번갈아 접속해도 동질화 현상은 깨지지 않았다. 여러 모델을 교차 검증 목적으로 동시에 활용하더라도 이미 근본적인 출력 구조가 동일해져 버렸기 때문에, 기술 산업 전체가 사실상 거대한 하나의 군집두뇌처럼 작동하고 있음이 실증된 것이다.
획일화된 정렬 레시피가 부른 구조적 모델 모드 콜랩스
그렇다면 각기 다른 데이터를 학습한 언어모델들이 이토록 똑같은 답변만을 내놓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논문은 그 근본 원인으로 산업 전반에 공통으로 자리 잡은 획일적인 정렬(Alignment) 방식과 단일 평가 구조를 지목한다.
인간의 선호도와 지시를 따르도록 훈련하는 강화학습인 RLHF(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 단계에서, 현재의 시스템은 다양한 정답의 가능성을 인정하기보다 '사람이 보편적으로 가장 선호할 만한 단 하나의 무난한 스타일'만을 지속적으로 보상하며 밀어 올린다. 현재의 평가 체계 역시 여러 개의 훌륭한 대안을 고르게 인정하지 못하고 일종의 단일한 품질 기준만을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 언어모델의 답변 분포는 풍부함을 잃어버린 채 좁은 영역으로 쏠리게 되며, 이는 구조적인 모델 모드 콜랩스(AI가 다양한 결과물 대신 특정 형태의 정답만 반복해서 생성하는 오류)를 유발하여 인공지능이 응당 갖춰야 할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창의성의 위기를 넘어 인간 사고의 동질화로 이어질 파급 효과
이러한 시스템적 편향이 초래하는 파급 효과는 결코 기술계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는 것은 창작 및 전략 영역에서의 뚜렷한 한계다. 획일화된 AI에 의존할 경우 예술가는 더 이상 신선한 영감을 얻을 수 없고, 기업의 의사결정자는 똑같은 전략만을 반복하게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장기간 이를 수용하는 인간의 사유에 미치는 영향이다. 다원적 시각이 생명인 저널리즘 분야나, 정해진 정답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사고를 길러내야 하는 교육 현장에서 AI의 획일화된 논리만을 반복 학습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이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인류 전체에 '사고의 동질화(homogenization of human thought)' 현상이 일어날 위험이 농후하다고 경고한다. 진정으로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인간의 창의성마저 기계의 군집정신에 서서히 동화될 수 있다는 섬뜩한 통찰이다.
다원적 정렬이 이끄는 인간 중심의 미래
결국 앞으로의 인공지능 발전 과제는 단지 '더 똑똑한 하나의 모델'을 만드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논문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다원적 정렬(단일한 품질 기준에만 AI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훌륭한 답변의 분포와 가치관을 고르게 학습하도록 설계하는 패러다임)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이는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기존의 획일적 방식에서 벗어나, 훌륭하고 다양한 답변의 분포 자체를 골고루 학습하고 보상하는 평가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경쟁 축은 서로 다른 세계관, 가치, 문체를 유지하며 다채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다원적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 시대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단일 군집두뇌가 아니라, 다르게 상상할 줄 아는 기술적 포용성이다. 모든 AI가 획일화된 답변을 내놓는 지금, 역설적이게도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과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빛나고 있다.

[전문 용어 사전]
Artificial Hivemind (인공 군집정신): 수많은 독립된 AI 모델들이 결국 똑같은 답변과 논리 구조로 수렴하여,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단일 뇌처럼 작동하는 현상을 지적하는 개념이다.
INFINITY-CHAT (인피니티 챗): 실제 챗GPT 사용자의 질의를 기반으로 구축된 2만 6천 개 규모의 데이터셋으로, AI의 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해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들로만 구성되었다.
LLM 동질화: 서로 다른 대규모 언어모델(LLM)들이 훈련 데이터나 아키텍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이고 유사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쏠림 현상을 의미한다.
RLHF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 AI가 인간의 지시를 잘 따르도록 훈련시키는 기법이나, 현재는 가장 무난한 단일 스타일만 집중 보상하여 동질화를 부추기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델 모드 콜랩스 (Mode Collapse): AI가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학습 과정에서 보상을 가장 많이 받은 특정한 형태의 결과물만 반복 생성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말한다.
다원적 정렬 (Pluralistic Alignment): 단일한 품질 기준에만 AI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훌륭한 답변의 분포와 가치관을 고르게 학습하도록 설계하는 새로운 AI 평가 및 보상 패러다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