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화과 이야기 - 정진채 지음
옥황상제님이 계시는 하늘나라에 무화라는 아름다운 선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무화선녀는 꽃보다도 더 아름다워서, 꽃 앞에 서면 꽃이 빛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옥황상제님의 무화선녀를 만났습니다.
“꽃이 아름다우나, 어찌 너를 두고 아름답다 할꼬? 과연 무화 (無化)로다.”
하시면서 무화란 이름을 내리셨습니다.
무화선녀는, 마음 또한 비길 데 없이 고왔습니다.
그래, 하늘나라에서도 제일 살기 좋은 극락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극락은 온갖 괴로움이 없는 곳입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습니다. 가는 곳마다 보배가 가득하고 연꽃이 사철을 활짝 피어 있습니다.
무화선녀는 행복했습니다.
극락은 인간세상처럼 태어나는 걱정도 없고, 늙어가는 괴로움 도 없습니다.
병드는 아픔도 없고 더구나 죽은 슬픔은 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태양은 하늘 한 가운데 걸려 하늘나라를 변함없이 밝혀 주고 있습니다.
꽃은 꽃대로 더 피지도 않고 지지도 않습니다.
비바람도 없고 폭풍우도 없습니다.
배고픈 일도 없고 배부른 일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언제나 있는 그대로 눈앞에 있고, 손에 만져질 뿐 시 침을 딱 떼고 돌아앉은 듯 조용하기만 합니다.
“아이 심심해.”
무화선녀는 극락의 생활이 지루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무화선녀는 하염없이 연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잎은 잎대로, 봉오리는 봉오리대로 꽃은 또 꽃대로 조금도 움직여 주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따분해.”
무화선녀는 하품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무화선녀님! 무화선녀님!”
하고 누군가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날 부르는 당신은 누구셔요?”
무화선녀는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상한데? 누굴까? 날 부르는 이는?’
하고 생각할 때였습니다.
“저예요. 이리 좀 보셔요.”
무화선녀가 눈이 동그래져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까, 연 꽃 한 송이가 가만가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오! 연꽃이었구나. 그래, 왜 불렀지?”
무화선녀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하도 무화선녀님이 딱해서…….”
“딱해서?”
“그래요. 심심해하시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을 열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연꽃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흔들렸습니다. “고맙구나. 하지만 난 다 듣고 싶은 걸.” “저도 원래 선녀였어요. 한데…….”
연꽃은 쉽게 말을 꺼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한데?”
무화선녀는 다그쳐 물었습니다.
“무화선녀님처럼 처음 극락에 왔을 때의 일이었지요. 너무나 심심하고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옥황상제님의 허락도 없이 나들이 했었어요.”
“어디로?”
“그야, 이곳이 아니면 지옥밖에 더 있겠어요?”
“응, 거기는 심심하지 않았어?”
“무화선녀님, 그건 말할 수 없어요. 옥황상제님의 노여움을 한 번 더 샀다가는 큰일 나니까요.”
“그래서 그 벌로 꽃이 되었다는 이야기구나.”
연꽃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화선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지옥은 어떤 곳일까? 저 연꽃처럼 한 송이 꽃으로 변하더라 도 꼭 한번 가보고 싶구나.’
무화선녀는 옥황상제님 몰래 지옥에 한번 가 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