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서양화가 정정임의 37번째 개인전 <생명의 지도 – 점과 선 사이에서>가 전남 목포 성옥기념관 별관갤러리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3월 17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초대전은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생명선’ 연작의 정수를 보여주는 자리로, 지역 미술계와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예술적 주치의가 된 화가, 주사기를 들다
정정임 작가의 작업실은 마치 정교한 수술실을 연상케 한다. 붓 대신 주사기와 의료용 나이프가 캔버스 옆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러한 독특한 도구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삶의 결정적인 순간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첨단 의료기기를 통해 자신의 몸속 혈관을 들여다보게 된 작가는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화면 속에서 꿈틀거리는 혈관의 형상이 마치 거대한 숲의 나뭇가지나 대지의 강줄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 순간, 인간의 내밀한 생명 구조가 거대한 대자연의 질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캔버스 앞에 서면 나는 스스로 내 작품의 주치의라고 생각한다. 의사에게 주사기와 나이프가 생명을 살리는 도구라면, 나에게는 이들이 화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조의 도구가 된다.”
<작품 '자연의 혈관-산소 116.5X167cm. Acrylic on canvas'를 통해 생명의 본질을 설명하는 정정임 작가>
이후 작가는 주사기에 물감을 채워 점을 찍고 나이프로 선을 그으며, 보이지 않는 생명의 흐름을 가시화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이러한 ‘치유적 행위’의 결과물들이다.
◆머리의 시간에서 손의 시간으로, 수행적 명상의 미학
정정임의 작업은 치밀한 계획과 직관적인 우연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프로세스를 가진다. 작업을 시작할 때 작가의 머릿속에는 전체적인 구조와 중심축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일단 주사기를 들고 첫 점을 찍는 순간 주도권은 ‘손’으로 넘어간다.
작가는 이를 “손이 머리의 시간에 머물지 않는 단계”라고 표현한다. 캔버스와 호흡을 맞추며 움직이는 손은 의식적인 통제를 벗어나 무의식과 감각의 영역에서 유영한다. 규칙적으로 놓이는 듯하다가도 어느덧 불규칙한 리듬을 타는 점들은 화면 위에서 세포가 분열하듯 증식한다.
이 반복적인 행위는 작가에게 단순한 노동이 아닌 깊은 ‘명상’의 시간이다. 캔버스의 호흡을 살피며 점과 선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은 작가 스스로를 기록하는 행위이자, 내면의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이 그의 거대한 화면 앞에서 묘한 평온함과 숭고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우주와 대우주, 그 경계를 허무는 ‘생명선’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생명의 지도>는 작가가 발견한 만물의 공통 구조를 의미한다. 정정임의 화면 위에 뻗어 나간 선들은 때로는 인체의 혈관으로, 때로는 겨울나무의 마른 가지로, 때로는 우주의 파동이나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읽힌다.
작가는 말한다. “나의 작품 앞에서 어떤 이는 몸을 보고, 어떤 이는 자연을 보고, 어떤 이는 우주를 본다. 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같은 구조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시적인 세포의 세계와 거시적인 우주의 세계가 결국 하나의 원리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작가의 통찰은 관람객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점과 선이 쌓여 만들어진 생명의 장은 인간 또한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 몸 안에도 무한한 우주가 숨 쉬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해낸다.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 성옥기념관에서의 특별한 만남
이번 전시가 열리는 목포 성옥기념관은 지역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정정임 작가의 이번 초대전은 목포 시민들과 남도 미술 애호가들에게 수준 높은 현대미술의 정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37회라는 방대한 개인전 경력이 증명하듯,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작가의 예술 세계는 올봄 목포 미술계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전시 현장에서는 작가의 섬세한 숨결이 느껴지는 대작부터 생동감 넘치는 소품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반복되는 점들의 밀도와 선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흐름은 평면의 캔버스를 입체적인 생명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
정정임 작가의 작업은 차가운 의료적 도구를 사용하지만, 그 결과물은 더없이 따뜻하고 역동적이다. 그는 ‘생명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대인들이 잊고 살았던 본연의 생명력을 일깨우고, 단절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
3월의 끝자락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각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치유의 수혈’과도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정정임 작가가 캔버스 위에 정성스럽게 그려 넣은 생명의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관람객들은 어느새 자기 내면에 흐르는 뜨거운 생명선의 박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양화가 정정임 제37회 개인전 <생명의 지도 – 점과 선 사이에서>
기간: 2026. 3. 17(화) ~ 3. 31(화)
장소: 목포 성옥기념관 별관갤러리 (전남 목포시 영산로 11번길 15)◀클릭
-정정임 작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졸업
개인전 37회 (광주, 서울, 대전, 독일, 목포)
국내,외 아트페어 21회(뉴욕, 싱가폴, 독일, 서울, 대구, 울산, 광주)
해외전 8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일본, 태국)
그룹전 및 기획초대전 300여회
-수상경력
미술교육자상 (한국 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 2010)
문화예술인상 (국제라이온스협회, 2010)
광주광역시미술대전 최우수상 (비엔날레전시관, 2001)
전라남도 미술대전 특선, 입선 (남도예술회관, 2005, 2002, 2000)
대한민국여성 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2004)
대한민국여성 미술대전 특선 (대구문화예술회관, 2003)
한국여성 미술대전 입선 (대구예술회관, 2001)
현)한국미협회원. WWW.현대미술가회원.아트그룹구미호회원
이 기사는 본지 공식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