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에 나선다.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 지형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월 18일 열린 제44차 생명공학 종합정책심의회에서 ‘뇌 미래산업 국가 연구개발 전략’을 확정하고 이를 공개했다. 이번 전략은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국내 뇌 연구 역량을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다.
최근 글로벌 기술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사람의 뇌에 칩을 삽입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이 실제 임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산업화 가능성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뇌 이식 장치를 활용한 임상시험이 성과를 내고 있으며, 중국은 관련 의료기기의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K-문샷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산업화, 규제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핵심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7대 임무 중심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사지마비 환자가 사고만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 치매와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을 겨냥한 뇌 자극 치료, 손상된 감각을 복원하는 기술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인공 신체 개발과 뇌 신호로 작동하는 웨어러블 로봇, 몰입형 가상현실 콘텐츠, 국방 분야 응용까지 폭넓게 제시됐다.
기술 구현 방식도 이원화된다. 뇌에 직접 장치를 삽입하는 침습형 기술은 의료 중심으로 안전성과 임상 성과 확보에 집중하고, 착용형 장비 기반의 비침습형 기술은 엔터테인먼트와 산업 분야에서 빠른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연구 수행 체계 역시 기존과 차별화된다. 임무별 전담 프로젝트 관리자를 중심으로 산학연병 협력 구조를 구성해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연속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규제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임상 절차를 효율화하고,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핵심 기반 기술 확보도 병행된다. 뇌 신호 해석 기술, 신경망 전용 반도체, 생체 적합 전극 소재 등 핵심 요소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액뇌장벽 투과 기술과 뇌 오가노이드 등 플랫폼 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높은 실패율을 낮추고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 축이다. 대구, 대전, 오송 등 주요 연구 거점을 중심으로 뇌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연구기관과 기업 간 협력 구조를 강화한다. 동시에 뇌 데이터 확보와 인공지능 기반 분석 모델 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인간 뇌의 디지털 모델 구현까지 추진한다.
정부는 인프라와 제도 정비도 병행한다. 실험 자원 확대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임상 연구 가이드라인과 부처 간 협력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인간과 인공지능이 직접 연결되는 인터페이스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10~20년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지목했다. 이에 따라 과감한 투자와 정책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번 전략은 뇌과학을 산업으로 연결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의료, 국방,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신체 기능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국내 기술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영역이다. 정부의 이번 전략은 미래 산업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도전으로, 향후 글로벌 기술 경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