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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장편소설! 「갈등의 뿌리」 (보민출판사 펴냄)

분단 이후의 시간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길들였는지

그들의 깊은 상처를 보여준다.

 

전쟁은 끝났지만, 사람들 사이에 남은 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분단 이후의 이념은 한 마을의 공기 속에 스며들어 이름과 집안을 나누고, 세대를 건너 상처를 남겼다. 이 책은 그 오래된 균열이 아버지들의 시대를 지나 아들들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학교에서 시작된 우정, 불의를 참지 못하는 한 청년의 의협심, 그리고 마을을 뒤덮은 낙인과 소송. 갈등을 끝내겠다는 열망은 뜻밖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그 선택은 법과 책임의 자리로 인물들을 이끈다. 이 작품은 정의와 분노를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잘못을 인정하고 감당하는 태도 속에서 관계가 어떻게 다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산기슭 황토집의 사부님, 취하서 한 장, 그리고 다음 세대의 다짐은 이 소설이 도달한 자리다. 갈등은 역사에서 시작되었으나, 희망은 지금의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분열의 시간을 살아온 우리에게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작가소개>

 

소설가 김재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휴전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에 태어났다. 2024아리고 아픈 사랑을 출간하고 두 번째 소설 갈등의 뿌리를 출간하게 된 노년의 문학도다.

어린 시절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설픈 문학도가,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노년에 이르러 글을 쓴다는 게 두렵지만 행복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수필집을 써놓고도 출간하지 못한 건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준비되지 않은 담력 때문이었다. 책을 출간하려면, 출판사에 맞는 조건도 있어야 하지만, 늦은 나이에 문학이라는 뿌리가 과연 나에게 있는 걸까, 고민하다 보니 주춤거린 것이다.

인생 자체가 굴곡진 삶을 산 것 같았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직장생활과 사업을 전전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수없이 경험하고 지금은 중개법인 대표 공인중개사로 근무하고 있다. 화려한 경력과 자랑거리 없는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분들과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책의 목차>

 

01. 결단의 시간

02. 슬픈 가을

03. 고뇌의 시간

04. 숙명처럼 만난 친구

05. 아버지의 눈물

06. 꽃피는 우정

07. 사부님

08. 천사의 눈물

09. 죽음의 덫

10. 악마의 발톱

11. 비열한 계략

12. 슬픈 선택

13. 꿈을 향하여

14. 필구의 눈물

15. 탄천의 비애

16. 증인

17. 친구 찾아 삼만리

18. 대답 없는 메아리

19. 고통을 고통으로

20. 귀향

21. 질곡의 세월

22. 금의환향

23. 필남의 눈물

24. 기적

25. 설렘이 아픔으로

26. 정의의 이름으로

27. 잔인한 음모

28. 아버지

29. 여우몰이

30. 갈등을 넘어 희망으로

 

 

 

<이 책 본문 에서>

 

노덕수는 누구인가? 아버지 노진명의 후광으로 돈과 권력을 앞세워 자기 앞에 걸림돌이 된다면, 폭력을 일삼고 상대방 약점을 이용해 제압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순순히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필구 형제가 눈엣가시가 되어 올가미를 씌어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것도 모자라 사건을 조사하려는 김석호까지 함정을 파놓아 죽이려고 한 사람이다. 노덕수는 자기 아버지와 똑같았다. 노진명은 강점기 시절 못된 짓은 골라서 하던 일본 순사였다. 진짜 일본 사람보다도 더 잔인하고 악랄했다.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은 물론이고 누구라도 자기 맘에 안 들면 붙잡아들여 모진 고문을 하던 사람이다. 친일 부역도 모자라 이권 개입도 서슴지 않았으며 없던 사실도 자백하게 만들어 승승장구하던 사람이다.”

 

어이없게도 순한 사람들은 반복되는 추궁을 이기지 못하고 어이없이 자포자기한다. 반대로 욕심이 가득한 수사관은 정치적 목적이나 자기 실적을 위하여 엉뚱한 일을 사실로 몰아간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은 억압과 회유가 심해질수록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인데도 자기 일과 접목한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심하게 다그치면, 순한 양처럼 무너진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아니라 부정하다가 어느 순간 자기가 저지른 일처럼 상상한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이지만, 고통스러운 현장만 피하면, 이 또한 해결된다는 순진함이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하는 것이다.”

때린 사람도 맞은 사람도 모두가 사납게 몰아치는 거친 격랑 속에 있었다. 반민족주의자나 애국자나 이제는 손 내밀어 서로를 안아주자. 우리가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것도 아니고 임진왜란과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병자호란도 경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선조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뼈아프게 느끼고 배워야 한다. 다시는 그런 슬픔을 후대에 전해주지 않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이제 내 가슴에 친일 문제로 쌓였던 갈등을 내려놓을 것이다. 조국을 억압하고 괴롭혔던 총독부는 떠났지만,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족쇄를 풀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조금만 이해하고 조금만 더 양보하자. 어떤 자리에서 일했던, 그들도 국가의 주역으로 내 부모며 내 형제라고 생각하자. 미움과 분노를 사랑과 배려로 변화시키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우면, 행복했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지 않다는 건 대한조선이 정치를 올바르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침략자들은 그것을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위대한 민족이고 강한 민족이었다. 조국이 불법적으로 일본에 합방되어 일본 사람으로 사는 걸 반민족주의자들처럼 바라지 않았다. 선조들이 이룬 위대한 나라를 이대로 빼앗기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불법적으로 조선을 점령한 일본은 독립을 위하여 항거한 기록을 온전하게 기록하지 않았고 선조들이 이룬 방대한 역사도 그들 손에 넘어가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강제로 흡수한 조선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해 선조들의 자랑거리를 만들어 기록해 보존하는 자체가 어쩌면 일본으로서는 웃기는 일일 것이다.”

 

 

 

<추천사>

 

한 시대는 전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쟁이 멈추었다고 해서 사람들 사이에 생긴 금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분단 이후의 시간은 제도와 경제만이 아니라, 말과 표정, 마을의 공기까지 바꾸어 놓았다. 누가 어느 편에 섰는지, 어느 집안의 아들인지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던 세월. 겉으로는 평온했으나 속으로는 서로를 경계하던 시선이 오랫동안 남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봉합되지 못한 채 굳어, 다음 세대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스며듦을 다룬다. 한 마을, 몇 사람의 얼굴을 통해 분단 이후의 시간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길들였는지, 그들의 깊은 상처를 보여준다.

 

아버지들의 세대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침묵했고, 체면을 위해 선을 그었으며, 때로는 이념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멀리했다. 그들의 침묵은 비겁함이라기보다 시대의 압박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해와 해결은 다르다. 풀지 못한 갈등은 응어리로 남았고, 그 응어리는 고스란히 자식 세대의 몫이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그 응어리 위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세대를 이어온 핍박과 괴롭힘 앞에서 망설임 없이 나서는 태도,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지 않는 태도, 약자를 위해 몸을 내어주는 결단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들에게 정의라는 말은 추상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주인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이데올로기의 낙인과 단절을 더는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진다. 아버지 세대가 남긴 선을 넘어, 다른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젊은 세대의 순수한 의지를 존중한다. 그들의 질문은 정당하다. 왜 아직도 그 집안이라는 말이 남아 있는지, 왜 과거의 이념이 현재의 삶을 규정해야 하는지 묻는 일은 자연스럽다.

이 소설은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옳다고 믿는 마음이 언제나 옳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의를 향한 발걸음이 법의 경계를 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갈등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작가는 서술한다.

 

그중 사부님이라는 인물은 갈등을 직면하게 만드는 존재다. 산기슭 황토집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던 그는 한편으로는 따뜻한 어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이 사부님이라는 인물을 통해 개인의 정의가 공동체의 질서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 갈등을 푸는 방식이 또 다른 갈등을 낳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조용히 짚는다. 작가의 주장은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공동체를 지키려는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등장인물들의 사건, 그리고 자수와 재판의 과정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등장인물들은 변명으로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선택한 행동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려 한다. 판결은 누구에게도 통쾌하지 않다. 오히려 무겁고 담담하다. 그 무게를 받아들이는 시간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비로소 자신을 돌아본다. 정의를 말하기 전에 책임을 생각하게 되고, 분노보다 감당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재판이라는 해소’, 그 판결 이후 마을의 균열은 조금씩 움직인다. 오래 이어진 소송이 취하되고, 왕래가 끊겼던 집안 사이에 조심스러운 인사가 오간다. 취하서 한 장은 종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더는 이 갈등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다음 세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슬프도록 단순했다. 갈등을 만들지 말고, 생겼다면 풀어야 한다는 것! 그 말은 아버지들에게 지나온 삶의 후회처럼 들릴 것이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갈등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한국 사회가 겪어온 이념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동시에 그 상처를 증오로 덮지 않는다. 아버지들의 시대가 남긴 금이 아들들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반복이 아닌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희망! 그것은 승리의 깃발처럼 펄럭이지 않는다. 대신 인정과 사과, 책임과 내려놓음 속에서 천천히 자라난다. 갈등을 넘어선다는 말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몫을 감당하고, 관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분열의 시간을 지나온 우리에게 이 소설은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아직도 이름과 집안으로 사람을 나누고 있지는 않은지, 과거의 금을 새로운 분노로 덮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갈등을 넘어간다는 것은 서로의 상처를 인정하고, 책임을 통해 매듭을 푸는 자리에서 시작됨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김재철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440/ 신국판형(152*225mm) / 16,000)

작성 2026.03.20 12:28 수정 2026.03.2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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