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이해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우리 아이의 필통과 키링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 물질의 온상’인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직구 제품에 대한 정밀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어린이들이 매일 사용하는 학용품과 잡화 등에서 차마 믿기 힘든 수준의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안전 기준은 뒷전, 유해 물질 수치 '상상 초월'
이번 조사는 중국계 대형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에서 유통되는 어린이용 학용품, 의류, 잡화 총 29개 품목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검사 결과,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0개 제품이 국내 안전 기준치를 크게 웃돌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유해 물질의 검출 수치다. 특히 가방 등에 다는 어린이용 ‘키링’의 종 모형에서는 중금속인 납 성분이 기준치보다 무려 549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준 초과를 넘어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위험한 수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필통·리코더에서 내분비계 장애 물질 다량 검출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만지고 입에 닿을 수도 있는 학용품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조사 대상 중 색연필, 필통 2종, 리코더, 멜로디언 등 5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와 납, 카드뮴이 줄줄이 발견됐다.
리코더 케이스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309.9배, 필통에서는 235.4배, 색연필에서는 181배가 검출되는 등 일상적인 학용품이 유독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해 불임이나 조산 등 생식 기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특히 DEHP 성분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등급)이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멜로디언 케이스에서는 기준치의 9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검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부 자극과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는 수소이온농도(pH) 수치도 기준 범위를 벗어난 8.2(강알칼리성)로 확인됐다.
물리적 위험성까지... '칼날' 노출된 연필깎이
화학적 유해성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검사에서 적발된 연필깎이의 경우, 어린이의 손이 쉽게 닿는 부위에 날카로운 칼날 모서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는 찔림이나 베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물리적 안전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린이 책가방 역시 안전 지대가 아니었다. 가방 앞면의 캐릭터 가죽 부위와 지퍼, 조리개 등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와 납, 카드뮴이 최대 75.9배 초과 검출되며 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서울시, 강력 대응... "판매 중단 및 상시 검사 강화"
서울시는 이번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10개 제품에 대해 해당 온라인 플랫폼에 즉시 판매 중단을 요청했으며, 시민들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서울시 누리집과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에 안전성 검사 결과를 상시 공개하고 있다.
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는 5월,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어린이용 양산, 우산, 우비 및 여름철 섬유제품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안전성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싸다는 이유'로 선택한 직구 제품이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감시 체계 가동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스스로가 안전 인증(KC마크) 확인 등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