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한마디 말이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며칠 전, 고참 실장님이 무심하게 던진 말이었다.
“오늘은 좀 하기 싫다… 손님이 안 걸린다.”
그 말이 낯설지는 않았다.
이 일은 결국 계약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해는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에 그 말이 계속 남았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방향이 조금 달랐기 때문인 것 같다.
중개업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마음에 드는 집 하나를 보여드리기 위해
하루에도 몇 군데씩 매물을 확인하고,
조건에 맞는 집을 찾으려고 계속 움직이던 시간들.
그때는 자연스럽게
‘이 분에게 어떤 집이 맞을까’를 먼저 고민했다.
계약이 될지, 안 될지를 생각하기보다
이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조금 다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을 보면
단순히 집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특히 예비부부들은 더 그렇다.
어떤 집에서 시작할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그 선택 하나가
앞으로의 생활을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손님’이라고 부르기보다
‘선택의 순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계약을 서두르는 일이 쉽지 않다.
조금 더 설명해주고 싶고,
조금 더 납득이 되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당장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결과를 바라보고,
누군가는 과정을 바라본다.
나는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선택이 누군가에게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집을 찾고 있다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천천히 보고, 충분히 고민해도 괜찮다.
집은 한 번 선택하면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되는 공간이니까.
그래서 나는
계약을 서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선택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