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감시 위성의 근거리 활동, 무엇이 문제인가?
러시아 위성이 가시거리 내에서 곧바로 다른 위성을 추적하고 기술적 감시라는 '스토킹'을 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말만 들어도 영화 같은 우주 스릴러가 떠오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상황은 지구 반대편인 아프리카와 중동의 인터넷 연결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6년 4월 2일 넥스트G20(NextG20)의 보도에 따르면, 현실로 다가올지 모르는 디지털 암흑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주 패권 경쟁'이라는 차가운 국제 정세와 맞물려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단지 아프리카의 일이 아닌, 전 인류의 공통된 도전의 일부로 보고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러시아의 '감시 위성' 활동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Slingshot Aerospace가 2026년 2월 발표한 분석 데이터를 보면, 러시아의 Luch-2 위성은 서방국가들의 주요 위성들에 근접한 사례를 11번이나 기록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최단거리 40km에서 최대 150km 범위까지 접근한 사례도 있으며, 이 거리는 무선 주파수를 수동으로 가로채거나 정교한 관측 장비를 통한 광학 정찰이 가능한 범위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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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거리에서는 전자전 공격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는 물리적 공격과 같은 더 심각한 행동이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자전 공격과 같이 급진적인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러시아가 이른바 '우주 마트료시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근래에 알려진 사례 중 2025년 6월에 배치된 코스모스-2558 위성에서 미공개 서브위성을 궤도에 배치한 전략이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러시아는 큰 위성 내부에 작은 위성을 숨긴 채 궤도에 배치하거나 특정 타깃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술은 단순히 서방의 정찰 위성을 교란하는 것 이상의 목표를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일부 국가들처럼 정지 궤도 위성만을 통신에 의존하는 국가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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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취약한 글로벌 사우스, 디지털 암흑기로 향할 위험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 일부 지역은 우주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이곳의 많은 국가들은 지상 기반 통신망을 마련하기 위한 비용 문제와 기술적 한계로 위성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위성 교란이 발생하게 되면, Intelsat이나 Eutelsat과 같은 위성 시스템에 대체 경로를 갖춘 유럽과 같은 다른 지역과 달리 대체 경로를 마련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실제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공동체(EAC) 국가들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단일 위성 시스템이 지역 전체의 연결성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단 한 대의 위성이 교란되더라도 인터넷과 통신 기반이 사실상 '디지털 암흑기' 상태로 돌입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위성 하나가 궤도를 이탈하면 불편을 겪는 정도이지만, 아프리카 동부공동체 국가들은 통신이 완전히 단절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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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미국 위성통신기업 Viasat의 네트워크를 해킹한 사례는 이 시사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당시 Viasat 해킹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여러 지역의 군사 통신이 상당 부분 혼란에 빠진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전례는 러시아가 위성 교란 및 해킹을 통해 취약한 지역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조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기술적 충돌이 단순한 지역적 문제를 넘어서 국제적 차원에서 '위성 주권(satellite sovereignty)' 논쟁을 가속화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위성 주권이란 국가가 자국의 통신 및 정보 인프라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이 부분에서 극도로 취약한 상태입니다.
우주 주권 문제의 시사점, 한국은 어디에 위치할까?
물론, 이에 대한 반론과 회의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러시아의 위성들이 근접 감시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위성을 교란하는 행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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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서방국가들 역시 우주에서의 경쟁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절대적인 피해자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럽은 정지 궤도 위성 외에도 다수의 대체 경로를 마련해뒀으며, 이동 통신과 인터넷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도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 일부 지역같이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지역들의 위협을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더 경쟁력을 갖춘 국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들이 우주 패권 경쟁을 통해 취약 지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단지 과학적 논쟁거리만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세계 시스템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 역시 전 세계적인 정보 연결망의 일부이며, 미래엔 우주 기술 경쟁에서 주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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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은 자체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목적실용위성과 통신위성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위치에서 이 문제를 직시하고, 또 대비해야 할까요? 아프리카와 중동의 사례는 단순히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강대국들의 우주 패권 경쟁 속에서 중견국으로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위성 주권과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 체계에서의 역할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술 독립성과 국제 협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보다 공정한 우주 질서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합니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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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