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방정부의 생물다양성 전략 의무화 논의
순천만에서 흩날리는 흙내음을 머금은 바람, 한라산 깊은 숲을 스치는 새들의 지저귐.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즉 다양한 생물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환경은 인간 생활의 기반을 제공하고, 심지어 우리의 건강과 경제에도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런 귀한 생태계에 지금 한국 사회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녹색연합은 2026년 3월 31일 성명서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습니다. 이 법안은 지역 정부가 생물다양성 보전과 관리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할 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 취지는 좋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지방정부는 과연 생물다양성 의무화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우선, 이 법안이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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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제사회는 중국 쿤밍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회의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채택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멈추고, 생태계를 회복시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한국 또한 이에 발맞춰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2024~2028)을 발표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과 지자체 전략 수립·이행 확대를 주요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녹색연합이 지적했듯, 현재 지자체의 역할은 권고 수준에 불과해, 실제 실행에는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자연생태 공간을 보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조차 아직 지역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자원의 불균형 뿐만 아니라 전체 생태계 관리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박홍배 의원이 2024년 10월 대표 발의한 이번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은 시·도지사에게 지역 생물다양성 전략 수립 및 시행을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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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및 시행계획의 이행 현황을 매년 점검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 생물다양성센터의 업무 범위에 이러한 지원을 포함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법안이 발의된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2022년 글로벌 약속, 한국은 준비됐나?
그렇다면 왜 이 법안이 중요할까요? 첫째로, 생물다양성 보전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현재 특정 지역은 법적 의무가 없어 자율적으로 생태계 관리를 추진하지 않는 반면, 자연자원이 풍부하거나 강한 환경 의식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자원의 불균형 뿐만 아니라 전체 생태계 관리의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의무화를 통해 모든 지자체가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도록 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일관된 생물다양성 보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생물다양성 보전은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로도 연결됩니다. 안호영 의원이 2025년 9월 대표 발의한 생태계 서비스 촉진 구역 지정 및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은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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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서비스란 깨끗한 공기와 물 공급, 수분 매개, 토양 형성, 기후 조절 등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의미합니다. 생물다양성이 보전된 지역은 관광 산업, 생물자원 연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혜택은 단순히 희귀한 종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셋째, 생물다양성은 다른 환경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생물다양성 감소는 궁극적으로 인간 사회에 더 큰 환경적 부담을 초래합니다. 녹색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점에서 지역 생물다양성 전략 의무화는 기후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하고 자연재해의 영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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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매년 이행 현황을 점검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현재처럼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는 전략을 수립하더라도 이행 여부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방법이 없어, 실제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정기적인 점검 체계가 구축되면 각 지자체의 이행 현황을 파악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물론 새로운 법적 의무 부과에 대한 우려도 예상됩니다. 지역 정부가 이미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생물다양성 전략 수립이 추가적인 행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생물다양성 관리와 지역 개발 간 이익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적 의무가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실효성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성 강조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이 지닌 잠재적 긍정 효과를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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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법적 의무화를 통해 생태계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갈등을 해결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국가 생물다양성센터의 업무 범위에 지자체 지원이 포함되면, 지역 정부가 전략 수립과 이행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성과 자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행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정책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법안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이 단순한 '환경정책'의 영역을 넘어, 지역사회가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도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태계 서비스 촉진 구역을 지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근거가 마련되면, 생물다양성 보전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태관광 활성화, 생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산업 육성, 환경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법안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보호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먼저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박홍배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들이 함께 논의되고 통과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가 약속한 2030년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선택이 나비 효과를 일으키듯, 한국의 지방정부가 생물다양성 의무 시대에 부응할 준비를 갖춘다면 전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십시오. 우리의 고유한 자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말입니다.
2026년 3월 31일 녹색연합이 촉구한 것처럼, 이제는 국회가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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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