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걷는다는 사람은 많다. 퇴근 후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주말이면 공원 산책로를 걷는다. 그런데 몇 달째 꾸준히 걷고 있는데도 체력은 그대로고, 허리는 여전히 뻐근하다. 같은 걷기를 하고 있는데 왜 몸이 달라지지 않는 걸까.
신발 문제도 아니고, 거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걸을 때 써야 할 엉덩이 근육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걷는데 허리만 뻐근한 이유
엉덩이 옆쪽에 있는 중둔근은 한 발을 디딜 때 반대쪽 골반이 푹 꺼지지 않게 잡아주는 근육이다. 이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면 걸을 때 골반이 흔들리지 않고, 허리에 가는 부담이 줄어들며, 무릎이 안쪽으로 꺾이는 것도 막아준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이 반복되면 이 근육이 거의 쉬는 상태가 된다. 8시간, 9시간 동안 의자에 눌려 있으면 뇌가 이 근육에 보내던 신호 자체를 점점 줄여버린다. 근육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뇌가 그 근육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 현상은 흔히 '둔근 기억상실'이라고 불리며, 오래 앉아 있는 현대인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이 상태로 걸으면 엉덩이가 해야 할 일을 허리가 대신 떠안게 된다. 골반을 잡아주는 역할을 허리 근육이 과하게 하다 보니, 걷고 나면 개운해야 할 몸이 오히려 뻣뻣하고 피곤해진다. 걷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써야 할 근육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폭보다 먼저 해야 할 2초짜리 동작
보폭을 넓히라, 팔을 크게 흔들라, 뒤꿈치부터 딛으라. 흔히 듣는 조언들이고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엉덩이 근육이 잠든 상태에서 보폭부터 넓히면, 엉덩이 대신 허벅지 앞쪽이나 허리 근육이 더 많이 쓰이게 된다. 걷는 모양은 달라졌는데 실제로 동원되는 근육은 그대로인 셈이다.
그래서 걷기 전에 엉덩이부터 깨워주는 것이 좋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의자에서 일어서는 순간, 양쪽 엉덩이를 꽉 조여보는 것이다. 동전을 엉덩이로 꽉 잡는다고 상상하면서, 2초만 힘을 주면 된다. 이 동작 하나로 뇌가 다시 엉덩이 근육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하루에 두세 번, 의자에서 일어설 때마다 해주면 충분하다.
엉덩이를 깨운 상태로 걸으면 같은 복도를 걸어도 느낌이 달라진다. 골반이 덜 흔들리고, 허리가 덜 긴장하며, 보폭도 억지로 넓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커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살짝만 빨리 걸어도 몸이 달라지는 기준
엉덩이를 깨웠다면, 이제 속도에 기준 하나만 더하면 된다. 분당 100걸음이다.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1분에 100걸음 이상의 리듬으로 걸을 때 '중등도 강도'에 도달한다고 한다. 옆 사람과 대화는 할 수 있지만 노래는 부르기 어려운 정도다. 스마트폰 타이머를 1분에 맞추고 걸어보면, 평소보다 아주 살짝만 빠르게 걸으면 도달할 수 있다.
늦게 출발한 날 약간 서두르는 느낌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분당 80걸음 이하는 산책에 가깝다. 건강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심박수가 거의 오르지 않고 근육에 가는 자극도 약해서, 운동으로서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체육관 없이, 5분이면 충분하다
엉덩이를 깨우고 분당 100걸음으로 5분만 걷는 것, 이것이 산책을 운동으로 바꾸는 가장 작은 단위다. 새 운동화도 헬스장 등록도 필요 없다. 의자에서 일어나며 엉덩이를 한 번 조이고, 복도든 계단이든 5분만 살짝 빠르게 걸으면 된다. 하루 두세 번이면 충분하다.
다만 무릎이나 허리에 기존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속도를 억지로 올리지 말고, 엉덩이 조이기 동작만 먼저 연습하는 것이 좋다. 관절 질환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한 뒤 시작하길 권한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걸어도 결과가 다른 사람들이 있다. 걷기 전에 엉덩이를 한 번 깨워주는 것,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만 빠르게 걷는 것. 걷기의 효과는 거리보다, 어떤 근육을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