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건국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맞이할 미국의 풍경은 화려하기보다 기이하고 위태로운 전조를 보이고 있다.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백악관에서 격투기(UFC)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지금 미국의 도심 곳곳은 폭동과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군대가 수시로 배치되어 있으며, 시민들은 일상화된 긴장 속에서 사실상 계엄 상태를 살아가고 있다. 거리의 질서는 무너졌고, 시스템은 마비되었으며, 공권력은 간신히 겉모양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병한 교수는 이 풍경에서 멸망 직전 로마 제국의 데자뷔를 읽어낸다.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권력자들이 제공했던 빵과 서커스(격투기)가 21세기 미국에서 재현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 250주년과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시스템 전반이 오작동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250년 전 세계를 매료시켰던 자유민주공화국 모델이 명운을 다해가고 있다는 절박한 신호다.

낡은 국가 OS의 작동 불능에 가장 먼저 대응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엘리트들이다. 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로 대표되는 이들은 기존의 ‘민주공화국’으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데이터와 효율이 중심이 되는 '기술공화국'으로의 체제 개조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더 이상 없다며 실리콘밸리 테크 엘리트들이 ‘포스트 아메리카’를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포스트 아메리카는 실리콘밸리의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전혀 다른 차원의 통치 실험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시도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250년 동안 기득권을 형성해온 세력의 저항 역시 거세다. 이 충돌은 단순한 정파 간의 다툼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운영체제를 통째로 바꾸려는 '디지털 혁명 세력'과 '아날로그 수구 세력' 사이의 문명사적 내전이다. 이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6대 3대 1로 전망한 게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면 그의 저서 『아메리카 탐문』의 에필로그를 읽어봐 달라며 센스 있게 화두를 던졌다.
미국이 건국 250주년과 월드컵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휘청거리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가? 산업 문명의 패러다임을 완성하며 G1이 되었던 미국의 시스템이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에게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가 경영 체제가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이 지난 1만 년의 지혜와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창세'의 새로운 OS를 제안해야 할 때라고 이교수는 강변하고 있다.
연재 中 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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