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아내가 남편과 동서의 불륜을 의심하며 조카 세 명의 머리카락을 몰래 수집해 친자 확인 검사를 요구한 것이다. 결과는 세 명 전원 '친자 불일치'. 남편은 75만 원을 들여 누명을 벗었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은 어떤 금액으로도 환산되지 않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전혀 다른 현실을 떠올린 사람들이 있다. 친자 확인을 간절히 원하지만, 아버지가 거부하거나 연락조차 끊겨 버린 아이들과 어머니들이다. 코피노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뜻한다. 라이따이한은 베트남에, 인코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멀리 있고, 말도 다르고, 법도 낯설다. 그러나 한국 법원의 문은 이들에게도 열려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겪는 현실. 코피노, 라이따이한, 인코 문제에서 반복되는 패턴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한국인 아버지가 귀국 후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경우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한국으로 떠난 뒤 이메일도, 전화도 차단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어머니와 아이는 양육비도, 연락도 받지 못한 채 수년, 수십 년을 보내게 된다. 현지 추산에 따르면 코피노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아버지가 유전자 검사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다. 한국에 본래 가정이 있다는 이유로 친자 관계를 끝까지 부인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한국 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는 당사자에게 강제수검 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미 실제 소송에서 법원이 이 명령을 집행한 사례가 있다.
한국 법원에서 친자확인 소송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한국 국적의 아버지를 상대로 하는 친자확인 소송은 피고가 한국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한국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원고인 어머니나 아이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있어도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인지청구 소송이란, 아버지가 자녀를 법적으로 자신의 자녀로 인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승소하면 아이는 한국인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고, 양육비 청구와 상속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소송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친자 여부를 혈연 사실에 따라 판단하며, 아버지의 혼인 여부는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기면 양육비를 매달 받을 수 있다. 친자확인 소송에서 승소하면 그다음 단계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2026년 현재 법원이 참고하는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르면 양육비는 최저 월 62만 원에서 최고 월 288만 원 수준으로 산정된다.
실제 금액은 부모 양측의 소득을 합산한 뒤, 비양육자인 아버지의 소득 비율만큼을 분담액으로 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월 소득이 400만 원, 어머니의 월 소득이 200만 원이고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합산 소득 600만 원 기준으로 표준양육비는 월 약 143만 원 수준이며, 아버지의 소득 비율이 약 67%이므로 실제 청구 가능한 양육비는 월 약 95만 원이 된다.
양육비는 소송 제기 시점 이전의 과거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난 시점부터 아버지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면, 그 기간 전체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꺼번에 청구하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수년치가 쌓이면 총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버지의 신원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이름, 생년월일, 사진, 함께 찍은 사진, 연락한 기록, 동거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지금 정리해둬라. 실제 소송에서 어머니가 단체 사진 한 장과 이름, 생년월일만 들고 한국에 입국해 소송을 시작한 사례가 있다.
그다음은 현지 출생증명서를 확인해라. 출생증명서에 아버지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면 그것이 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공증이나 번역 절차가 필요한 경우 사전에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착수금 없이 성공보수만으로 사건을 진행하는 방식도 있다는 점을 알아둬라. 성공보수란, 소송에서 이겼을 때 합의된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먼저 큰 돈을 마련하지 않아도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권리 행사의 기회를 잃지 않을 수 있다. 변호사와 상담할 때 이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봐라.
변호사가 개입하면 이것이 달라진다. 외국에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어와 절차 모두 낯설고 어렵다.
좋은 변호사는 소송 유형을 정확하게 선택해준다. 인지청구 소송과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소송은 요건과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잘못된 소송 형식을 선택하면 법원에서 각하될 수 있다.
각하란, 본안 심리 없이 소송이 종료되는 것을 말한다. 유전자 검사 거부에 대한 대응 전략도 변호사가 설계해준다. 법원의 강제수검 명령 신청부터 과태료 부과 요청, 거부 시 불리한 사실 추정 주장까지 절차적으로 정확하게 진행해야 한다.
현지 출생증명서의 번역·공증 절차, 법원 출석 없이 대리인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방식, 승소 이후 양육비 청구와 과거 미지급 양육비 회수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다. 비용 문제로 망설이고 있다면 착수금 없이 진행하는 방식이 가능한지도 상담 단계에서 먼저 확인해봐라.
국적이 달라도 법은 이 아이들 편이다. 먼 나라에 있다고, 말이 다르다고, 돈이 없다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 한 번의 상담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용기를 내라. 법이 함께할 것이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