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허제 ‘예외 위의 예외’다주택자 매물 시장, 혼선 속 갈피 못 잡다
실거주 의무 유예 기준 제각각 정책 공백에 거래 현장 혼란 가중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시장 안정을 동시에 꾀하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예외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적용 기준이 엇갈리면서 거래 현장에서는 혼선이 커지고 있다. 정책의 잦은 변경과 불명확한 기준이 맞물리며 시장 신뢰까지 흔들리는 양상이다.
다주택자 A씨는 오는 17일부터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제한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의 전세 낀 아파트 한 채를 매각하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매매 가능 여부를 두고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소는 토허제상 실거주 의무 유예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거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다른 중개업소는 유예 적용이 가능하다며 매매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매물을 두고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자 A씨는 혼란에 빠졌다.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부담을 피하려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이 같은 혼선은 정부가 토허제 예외를 잇따라 내놓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특히 실거주 의무 유예의 적용 기준이 발표 때마다 달라지면서 시장 해석이 분분해졌다.
지난 2월 12일 정부는 다주택자가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와 매매 계약을 완료하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종료 시점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다만 발표일 기준으로 유효한 임대차 계약이어야 하며, 2028년 2월 12일 이전에 계약이 종료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28년 3월에 전세 계약이 끝나는 A씨의 주택은 유예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당 기준은 시행령 개정으로 이어졌고 실제 제도에 반영됐다.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해도 유예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다시 손질되며 오는 17일까지 입법예고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지난 4월 1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또 다른 기준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대신, 전세 낀 주택의 거래를 허용하는 추가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 따르면 무주택자가 올해 말까지 해당 주택을 매수하고 토허제 허가를 신청할 경우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임대차 계약 체결 시점이나 적용 범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해석의 여지가 커졌다. 예컨대 올해 4월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한 경우에도 연말까지 허가 신청을 하면 2028년까지 유예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A씨의 매물 역시 거래가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아직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 시행이 임박했음에도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정책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현장에서는 문의가 이어지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일관성 부족이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같은 다주택자 매물이라도 적용 규정에 따라 거래 가능 여부가 달라지며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전문위원 역시 정책이 단기 대응에 치우치며 토허제가 정합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제 예외가 반복되자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추기보다 관망하거나 오히려 호가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매물 유도를 위한 정책이 되레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의 잦은 변경이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규제의 실효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 대책에서도 유사한 예외가 반복될 경우 토허제의 근간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은 지금, 방향보다 일관성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