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조재현 법무사]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정책적 의도와는 달리,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수준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중과와 금융권의 획일적인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시장 생태계가 심각하게 교란되고 있습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현장에서 매매 시장의 기형적 양극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불안, 그리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붕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 매매 시장의 왜곡 :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매물 잠김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선택한 첫 번째 생존 전략은 자산의 재편입니다.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보유한 주택 중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낮거나 외곽에 위치한 주택을 먼저 처분하고, 서울의 핵심지나 개발 호재가 확실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자산을 집중하는 현상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기권이나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위축시키는 반면, 서울 주요 도심의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떠받치는 극단적인 자산 양극화를 초래했습니다. 또한, 양도소득세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는 주택을 매각하기보다 자녀에게 증여를 택하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는 ‘매물 잠김(Lock-in)' 현상이 발생해 시장의 원활한 공급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 대출 규제의 역설 : 현금 부자만의 리그와 주거 사다리 붕괴
매물 잠김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시장을 질식하게 만드는 것은 전방위적인 금융권 대출 규제(LTV, DSR 강화 등)입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대출의 문턱을 극단적으로 높이면서, 정작 내 집 마련이 절실한 무주택 실수요자나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1주택자들의 자금줄마저 끊겨버렸습니다.
다주택자가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대출 규제에 묶인 일반 서민층은 이를 매수할 여력이 없습니다. 결국 쏟아져 나온 알짜 매물들은 대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소수의 ‘현금 부자'들에게 집중되며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가 서민들의 주거 상향 이동을 돕는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셈입니다.
■ 임대차 시장의 딜레마 : 조세 전가와 ‘역전세' 리스크 가중
가장 뼈아픈 부작용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임대차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증가한 보유세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조세 전가'의 형태로 넘어옵니다. 집주인들은 세금 납부를 위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자 전세금을 인상하거나, 기존 전세를 반전세 또는 순수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어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임대인에 대한 대출 규제는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역전세, 깡통전세)를 키우는 시한폭탄이 되었습니다. 부동산 침체기로 전셋값이 하락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으려 해도 DSR 등 강력한 대출 규제에 가로막혀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투기를 막겠다는 대출 규제가 도리어 선량한 세입자의 전세금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 징벌과 통제가 아닌, 순환의 구조로 전환해야 할 때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금융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유기적인 생태계입니다. 특정 주체를 시장의 교란자로 규정하여 세금으로 압박하고, 획일적인 금융 통제로 돈줄을 죄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시장 전체의 동맥경화를 유발합니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면, 다주택자를 압박해 세수를 늘리거나 대출 총량 관리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시장의 거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징벌적 보유세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고, 거래세(양도세, 취득세)를 완화하여 매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실수요자와 보증금 반환 목적의 임대인 등에게는 정교하고 유연한 대출 완화 조치를 적용하여 자금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융통되도록 해야 합니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금융이 톱니바퀴처럼 정상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시장 안정과 주거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재현 법무사·행정사
AI부동산경제신문ㅣ자문위원
호재합동법무사사무소 대표 법무사, 행정사
법원 공무원 20년 근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