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최근 발표된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부자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기존 63%에서 52%로 줄어든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35%에서 46%로 급증했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의 시대가 저물고 금융투자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원리가 아닌 정책적 압박이 만든 ‘구조적 이주’의 성격이 짙다.
■ 시장의 선택이 아닌 정책이 강요한 방향성
자산가들의 자금이 부동산을 떠나 금융으로 흘러가는 현상은 단순히 수익률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정부가 시행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강화, 강력한 대출 규제는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행위 자체가 ‘비용’이자 ‘리스크’가 되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러한 압박은 개인을 넘어 기업과 토지 시장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강화된 농지 전수조사와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세제 강화는 자산가와 기업 모두에게 “부동산을 계속 들고 갈 것인가, 유동화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자산 이동은 투자의 진화라기보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회피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 금융으로의 이동, ‘건강한 성장’인가 ‘투기적 쏠림’인가
문제는 부동산을 억제한다고 해서 그 자금이 곧바로 금융시장의 생산적인 동력으로 치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규제 압력에 의해 밀려난 자산이 실물 경제나 기업의 생산 시설로 흘러가지 않고, 단기 금융상품이나 변동성이 큰 투기성 자산으로 쏠릴 경우 또 다른 자산 버블을 형성할 위험이 크다.
즉, 지금의 변화는 자산이 스스로 최적의 효율을 찾아가는 ‘건강한 이동’이 아니라, 외부 압력에 의해 억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자산은 억지로 옮긴다고 해서 생산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부동산의 역할 재정의와 정책의 전환 필요성
부동산은 단순한 시세 차익의 대상이 아니다. 도시를 형성하고, 산업 현장을 담아내며, 국민의 삶을 설계하는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 기조는 부동산을 오직 ‘규제 대상’이나 ‘줄여야 할 자산’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이 지속된다면 신규 개발 사업은 위축되고 공급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임대차 시장과 매매 시장 모두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산이 어디로 이동했는가”가 아니라 “왜 부동산을 떠나게 만들었는가”이다. 향후 정책은 자산의 형태를 강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어떤 형태이든 ‘생산적’으로 쓰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활용도와 역할에 따라 부동산을 구분하고, 생산적인 개발과 보유는 장려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정책이 만든 흐름은 정책이 바뀌는 순간 다시 요동치기 마련이다. 자산이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진용 건축사·교수
토지·건축물 건강검진센터 대표
주식회사 화신 대표
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매경부동산센터 대표교수
https://blog.naver.com/yto6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