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 손이 시려도 야채를 손질하고 배달을 나가는 고등학생이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로, 독서실이 끝나면 다시 시장으로. 하루 5시간도 채 자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 학생의 이름은 박종찬, 지금은 한국장학재단 우수고등학생 해외유학 장학생(드림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내년 호주 유학을 앞두고 있다.
철없던 중학교 시절, 그리고 한 선생님의 말 한마디
박종찬 학생의 중학교 시절은 스스로도 인정하듯 철없는 날들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먼저였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가난해서 학원을 다닐 수 없었던 현실은 열등감이 되었고, 그 열등감은 노는 것으로의 도피로 이어졌다. 그때의 성적은 전교에서 뒤에서 두 번째였다.
전환점은 중학교 영어 선생님 양기숙 선생님과의 만남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그를 그냥 지나쳤지만 양 선생님은 달랐다. "할 수 있다, 잘 한다"는 말을 건네며 무료로 자습서와 공부 책을 챙겨주었고, 방과 후에는 공부를 알려주고 상담도 자주 해주었다. 그 말 한마디가 공부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양 선생님과는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홀로 가정을 지탱한 어머니, 그리고 스스로 생활비를 감당한 아들
박종찬 학생이 스스로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던 이유는 가정 환경에 있었다. 어머니는 고졸로 식당 아르바이트와 각종 부업을 하며 홀로 그를 키워냈다. 하지만 오랜 노동의 무게는 어머니의 몸을 무너뜨렸다. 무릎과 허리, 발목 수술을 받아야 했고 우울증과 수면장애까지 겹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교육급여를 받아 학원비와 문제집은 해결할 수 있었지만 생활비는 오롯이 본인 몫이었다. 밥값, 핸드폰비, 교통비, 어머니 병원비까지. 부대찌개집, 족발집, 고깃집 서빙, 화장품 공장, 쿠팡 상하차, 그리고 고3이 되어서는 새벽마다 파주 문산자유시장 과일가게에서 판매하고 배달을 나갔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새벽에 그 추운 야외에서 야채를 손질하면 정말 손가락이 짤릴 것 같습니다. 대걸레 빠는 데서 머리를 감고 있으면 정말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이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그냥 하고 있습니다."
열이 39도에도 약만 먹고 책상에 앉았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는 체력만으로 양을 채우겠다고 결심했다. 아침 자습을 위해 7시에 등교하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독서실로 가서 새벽 2시까지 또 공부했다. 하루 5시간 수면이 많이 자는 날이었다.
수학이 약했다. 시험 때마다 수학 문제집만 7권씩 풀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껴 시험이 끝난 후 노는 시간에도 혼자 남아 공부했다. 시험 기간에 코로나에 걸려 열이 39도에 이를 때도 약만 먹고 공부를 이어갔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머니 얼굴을 떠올렸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창업경진대회 우승, 그리고 유학 장학생
변화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거 공부를 알려주던 친구들에게 이제 그가 공부를 알려주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문과 1등을 찍었고 가장 못봤던 시험에서도 전교 7등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창업에 대한 꿈을 구체화해 창업동아리 부장을 맡아 파주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며 표창장까지 받았다. 그리고 한국장학재단의 우수고등학생 해외유학 장학금 프로그램에 도전해 성적 요건을 맞추고 면접을 통과해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내년 호주 유학이 기다리고 있다.
"고작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제 인생이 참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왜 나같은 놈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이건 좋은 영향력을 펼치라는 뜻 아닐까요"
박종찬 학생은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말한다. 도와주고 믿어준 친구들, 문제집을 챙겨준 선배들과 선생님들, 밥을 챙겨준 사장님들, 그리고 조언을 건네준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왜 도대체 나같은 놈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며 살았지만, 이건 제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펼치라는 뜻 아닐까요. 저는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굳이 프로젝트 소개]
굳이 프로젝트는 액트 파운데이션(ACT Foundation)이 운영하는 청소년 성장 스토리 발굴 프로그램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굳이 포기하지 않고, 굳이 더 나아가고자 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응원합니다. 액트 파운데이션은 다음 세대가 환경이 아닌 의지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종찬 학생의 이야기처럼, 굳이 살아낸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등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