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 규제의 역설 매물은 잠기고, 세입자만 짊어진 전월세 부담
대출 연장 차단에도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세 전세 물량 반 토막 속 가격 급등, 주거 이동 가속
다주택자를 겨냥한 강도 높은 금융 규제가 시장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정책 의도와 달리 시장은 잠기고, 전세 물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세입자 부담만 가중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 연장까지 막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정책의 파장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집주인을 겨냥한 규제의 여파가 세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할 경우 전월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보유를 선택하면 금융 부담을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매도 여부와 관계없이 세입자만 부담을 떠안는 ‘이중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시장은 정책 기대와 달리 움직이고 있다. 대출 연장이 막히면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오히려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이달 초 대비 매물은 약 3% 감소했다. 한때 8만 건까지 늘었던 매물은 다시 7만 건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이미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상당수 다주택자가 선제적으로 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임대인들이 보증금 인상으로 대출을 상환하며 버티기에 나설 여지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단기간 내 매물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대출 만기 시점이 분산돼 있고, 일부 주택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시장에 한꺼번에 물량이 풀리기는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전세 시장이다. 전세 물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노원, 중랑, 강북 등 외곽 지역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저렴한 전세를 찾던 실수요자들의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공급 축소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다시 6억 원을 넘어섰다. 3년 5개월 만의 재돌파다. 비아파트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연립·다세대 주택 전세가격 역시 1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며 서민 주거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사각지대를 지적한다. 주택을 사고 싶어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임차 수요가 여전히 시장에 존재하지만, 이들이 정책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매물이 늘더라도 이를 흡수할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이며, 결국 또 다른 자산가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는 비자발적 이동을 강요받는다. 계약 종료와 동시에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탈서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 주택 매수자 중 서울 거주자의 비중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이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기형적 구조도 나타났다.
결국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수요자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 규제는 분명 투기 억제라는 명분을 지닌 정책이다. 그러나 시장은 단순한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매물을 늘리려던 정책이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키고,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현실은 정책 설계의 재검토 필요성을 보여준다.
지금 시장은 묻고 있다. 규제의 방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해답은 결국,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세입자의 삶에서 드러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