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산 ‘이야기숲국어교습소’ 배교현 원장 |
경남 양산. 아파트 단지 사이, 조용한 공간에 자리한 ‘이야기숲국어교습소’의 수업은 다른 곳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단순히 책을 읽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읽고 말하고 다시 쓰는 과정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곳이다. 기자는 독서와 토론을 결합한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수의 학생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재를 중심으로 조용히 문제를 푸는 일반적인 국어 학원과는 달리,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대화 중심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배교현 원장은 이곳을 이렇게 소개했다. “초등부터 중등까지 독서와 토론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식 수업을 진행하며, 그 결과를 글쓰기와 논술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야기숲국어교습소의 수업은 단순한 독서 수업과는 결이 다르다. 핵심은 ‘읽고 끝내지 않는 것’이다. 수업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토론을 진행한다. 이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완성한다. “아이들이 자료를 직접 찾기도 하고, 어려운 경우에는 제가 미리 준비해서 제공하기도 합니다.”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특히 초등부 수업에서는 90분이라는 긴 시간을 온전히 ‘생각하는 과정’에 투자한다. 단순한 줄거리 요약이 아니라, 마인드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먼저 꺼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어휘력과 사고력을 함께 확장해 나간다.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수업 내용 |
배 원장이 독서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토론’이다. 그녀는 “독서는 배경지식을 쌓는 과정이라면, 토론은 그걸 꺼내 쓰는 과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도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이는 읽기와 사고, 표현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많이 읽었는데, 막상 내용을 말이나 글로 정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말하고, 서로의 생각을 듣고, 다시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훈련이 쌓이면서 ‘자기 주도적 사고’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 사진 = 이야기숲교습소 |
이야기숲국어교습소의 또 다른 특징은 수업 규모다. 한 클래스 최대 인원은 4명.
“초기에는 1대1, 2대1 수업도 길게 진행했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소중했습니다.” 소수 정예 수업은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깊이 있게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수업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묻는 과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운영 4년 차에 접어든 지금, 배 원장은 학생들의 변화를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초등학생으로 처음 만났던 학생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초등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이 지금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갔는데 성적에서도 변화가 보이더라고요.”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학부모의 피드백이었다. “문제집이 쌓이는 게 아니라, 아이가 집에서 말을 많이 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아이들이 집에서 수업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부모와의 대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 변화가 곧 ‘진짜 학습’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현재 교육 시스템과 실제 수업 방식 사이의 간극이다. “토론이나 논술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시험은 여전히 정형화된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행평가에서는 사고력을 요구받지만, 시험에서는 여전히 암기 중심의 답안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이러한 구조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준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시험을 앞두면 다시 요약과 정리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사고력 기반 학습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마지막으로 그녀는 학부모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전했다.
“아이에게 먼저 물어봐 주세요. 뭐가 어렵고, 어디가 힘든지요.” 학습의 방향은 외부 정보가 아니라, 아이의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묻는 것처럼, 아이의 상태를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와 아이의 충분한 소통이 있을 때, 교육의 효과도 배가된다고 강조했다.
![]() ▲ 사진 = 이야기숲국어교습소 |
빠르게 결과를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수업’을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숲교습소는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읽고, 말하고, 쓰는 과정을 통해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쌓여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 공간의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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