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 카루젤 드 루브르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 ‘파리 아트쇼핑 2026’에서 한국 사진작가 이아린이 ‘Artist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이아린은 한 장의 한지 위에 수십 장에서 수천 장의 사진 이미지를 다중 노출 방식으로 중첩 인화하는 기법 ‘아리니크(ARINIQ)’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수상과 함께 주목된 작품은 〈성(城·性) 시리즈〉다. 작가는 이 작업을 제주 4·3과 일제강점기, 전쟁의 피해와 희생을 둘러싼 기억, 그리고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분쟁의 현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작품명에 담긴 ‘城’은 권력이 약자를 가두기 위해 세운 벽을, ‘性’은 그 안에서 지워지거나 침묵을 강요받아 온 존재의 흔적을 뜻한다. 이아린은 이 작업을 전쟁과 폭력의 흔적을 한지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각적 증언으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이아린의 작업은 사진을 단일한 장면의 기록에 머물지 않게 하고, 시간과 기억, 상처와 흔적이 중첩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특징을 보인다. 〈성 시리즈〉는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분쟁과 폭력 속에서 다시 살펴야 할 기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또 다른 연작인 ‘ARIN 시리즈’도 이아린의 주요 작업 가운데 하나다. 이 시리즈는 숲, 바다, 돌, 바람을 주제로 삼아 삶의 순환을 기록처럼 축적해 온 작업이다. 작가는 30년 동안 한 장의 인화지 위에 새로운 장면들을 거듭 중첩 인화하며, 작가의 시간과 작품의 시간이 함께 쌓이는 방식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이아린은 ‘ARIN 시리즈’가 프랑스 파리 글로벌저작권협회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수상은 이아린이 이어온 작업이 해외 전시 현장에서 다시 소개되는 계기가 됐다. 〈성 시리즈〉와 ‘ARIN 시리즈’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기억과 시간의 흔적을 이미지 위에 축적해 간다는 점에서 공통된 흐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