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음양사상에 의하면 영원한 음(陰)도 영원한 양(陽)도 없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음양사상은 천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리란 무엇인가? 밤낮이 교차하는 것, 남녀가 공존하는 것, 선악이 공존하는 것,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얽혀 있는 곳, 그곳이 천리를 바탕으로 하고있는 현실적 세상이다. 이런 음양사상을 한마디로 말하면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 할 수 있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만물은 모두 양기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음기가 시작되고 반대로 음기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양기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음과 양은 서로 전혀 상반되는 성정을 지니고 있다. 예부터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왜 서로 전혀 다른 성정이 서로 통하는 것일까? 극과 극이 통한다는 말은 서로 상반되는 두 속성이 의외로 서로 통하거나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는 말로서,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관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남성은 여성을 끌어당기고 여성은 남성을 끌어당긴다. 우리는 그런 남녀의 심리를 두고 천부적 본능이라고 한다. 이는 자연계의 물리적 법칙을 닮아도 너무 닮았다. 자석의 음극은 같은 음극을 밀어내고 정반대되는 양극을 끌어당기듯 남녀는 동성을 밀쳐내고 이성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서양에도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Extremes Meet)”는 똑같은 격언이 있다. 동전은 반드시 앞과 뒤라는 양면이 있다. 즉, 앞과 뒤라는 양면이 합쳐져야 동전이 된다. 만일 동전이 말을 한다면 앞면은 “내가 없으면 너는 없다”고 우길 것이고, 뒷면은 질세라 “내가 없으면 너도 없다”고 우길 것이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동전의 앞뒤는 영원히 떨어질 수 없듯 인간 사회의 남녀도 영원히 티격태격하면서도 영원히 떨어질 수 없다.
그러면 하늘은 왜 이렇게 음성과 양성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성정을 부여해 놓았을까? 바로 하늘 자체의 인자(因子)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없는 것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늘도 자기가 가진 것이 음성과 양성이라는 서로 다른 성정이기 때문에 모든 삼라만상에게 음성과 양성이라는 상반되는 이성(異性)을 주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도 하고 해결되기도 한다. 남녀가 다투는 것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고, 보수와 진보가 싸우는 것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고, 물로 불을 끄는 것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서로 다른 것은 앙숙이기도 한 동시에 축복이기도 하다. 물과 불이 서로 다르지 않다면, 불이 났을 때 무엇으로 그 불을 끄겠는가? 남녀가 서로 다르지 않았다면 어쩌면 영원히 원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다르기 때문에 헤어져도 다시 그리워 만나게 된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속담도 극과 극은 통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속담은 무슨 일이든 가득 채우려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기도 하다. 술잔이 가득 차면 결국 넘치게 되고, 사랑과 우정도 너무 가득 차면 미움이 되고, 욕심도 가득 차면 불행이 된다. 이란에는 “페르시아의 흠”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는 카페트를 만드는 페르시아의 장인들이 카페트는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징표로 일부러 보이지 않는 곳에 하나의 흠을 남긴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만든 것이 너무 완벽하면 이미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하기야 신이 만든 하늘의 천리 자체부터 음양론에서 보듯 흠집투성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하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결혼하는 순간부터 남과 여, 즉 음과 양이라는 서로 다른 성정이 부딪치면서 티격태격이 그치지 않는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어찌 보면 우주적 진리의 축소판인지도 모른다. 우주 자체가 태끌모아 태산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빅뱅이론에 의하면 무형의 암흑물질이 모이고 모여 더 이상 견딜 수 없을만큼 압축되자 제 힘에 터져 티끌 먼지가 되어 우주로 퍼져나가게 되었고, 그렇게 퍼져나가자 확산력보다 서로를 당기는 인력(引力)이 높아져 이번에는 서로를 당기게 되었다. 그렇게 모여들어 거대한 먼지구름 덩어리가 되거나, 단단히 굳어진 덩어리가 바로 별이다. 우리 지구도 그렇게 굳은 단단한 덩어리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우주 형성론이 증명하듯 영원한 확산도, 영원한 축소도 없다. 마찬가지로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삼대 부자 없고 삼대 거지 없다”는 속담도 “달도 차면 기운다”는 우주적 이치를 감안할 때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복도 차면 기울고, 반대로 기울면 찰 것이다. 그렇게 울고 웃는 것이 인생이리라. 그래서 예부터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아 “달도 복도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찬다”는 이 우주적 이치가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반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