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BTS

지난달, BTS의 공연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BTS는 이제 브랜드를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구나."
무대 위 일곱 명만이 아니라, 전 세계 수천만 아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대한 생태계를 보면서 말이죠.
브랜드는 원래 '소유'의 언어였습니다.
목장 주인이 자기 소에 달군 쇠를 찍어 "이건 내 것"이라고 표시한 데서 나온 말이니까요.
브랜드(brand)의 어원이 '불에 달군다'는 뜻의 고대 노르웨이어라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소유권의 물리적 각인이었던 거죠.
20세기 산업시대에도 이 논리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기업이 정의하고, 광고로 심고, 소비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구조였죠.
코카콜라는 '행복'이고, 나이키는 '도전'이며, 롤렉스는 '성공'이라고 기업이 규정했습니다.
마케팅은 그 선언을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기술이었고, 브랜드는 기업의 자산이었습니다. 일방통행이었죠.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이 명제에 균열이 시작됩니다.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품 리뷰를 쓰고, 기업의 잘못을 폭로하고, 집단적으로 보이콧을 조직하는 스마트 몹으로 변한 거죠.
기업이 아무리 "우리는 친환경입니다"라고 외쳐도, 소비자들이 "아니거든요"라고 반박하면 브랜드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모바일이 되자 더 강력해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한 고객이 비행기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을 트윗하면,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기업의 위기관리팀이 회의실에 모이는 시간보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겁니다.
그리고 AI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 누구든 콘텐츠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팬들은 AI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새로운 스토리를 창작하고, 굿즈를 디자인합니다.
더 이상 기업이 주는 콘텐츠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팬들이 직접 생산자가 된 거죠.
BTS와 아미의 관계가 바로 그렇습니다. 아미들은 단순히 BTS의 노래를 듣는 소비자가 아닙니다.
자막을 번역하고, 챌린지를 만들고, 팬아트를 그리고, SNS에서 바이럴을 일으키며 함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가는 공동 창작자입니다.
BTS가 빌보드 1위를 하고 그래미 무대에 선 건 하이브의 마케팅 예산 때문이 아니라 아미들의 자발적 참여 덕분이었죠.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변화가 아닙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로의 힘의 이동(power shift)입니다.
브랜드를 '규정'하는 권력이 서서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브랜드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더 이상 무대 위에서의 연출이 아닙니다.
함께 즐기고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입니다.
기업이 완성된 제품을 던져주고 소비자가 받는 구조가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생태계로 진화하는 거죠.
당신의 브랜드는 아직도 '소유'의 언어로 말하고 있나요, 아니면 '참여'의 언어로 진화했나요? 21세기 브랜드는 각인이 아니라 초대입니다.
출처 : 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