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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2. 사흘째 아침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2

 

 

2. 사흘째 아침

 

아침이 왔지만, 방 안은 아직 밤처럼 어두웠다.

 

창호지 문틈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빛은 방 안을 밝히기보다 오히려 추위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벽지는 오래되어 군데군데 들떠 있었고, 아랫목의 온기는 새벽을 지나며 거의 사라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작은 밥상 위에는 어젯밤 먹다 남긴 보리밥 그릇이 그대로 있었다. 영수가 몇 숟가락 뜨다 멈춘 것이었다. 엄마가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보고 나서는,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영수는 눈을 떴다.

 

처음 들은 것은 엄마의 기침 소리였다.

 

짧고 마른 기침이 아니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리였다. 기침은 한 번 나오면 쉽게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몸을 옆으로 웅크리고 기침을 참으려 했지만, 참을수록 더 깊이 흔들렸다. 기침이 잦아드는가 싶으면 다시 솟구쳤다. 그러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기침이 나와야 할 텐데,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안에서 막혀 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엄마."

 

영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으로 이불 끝을 꽉 쥐었다. 손등의 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영수는 그 손을 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손은 빨래를 짜고, 국을 젓고, 영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던 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가벼워 보였다. 마치 조금만 잡아도 부서질 것처럼.

 

"물 마실래?"

 

영수는 재빨리 사기그릇을 들었다. 그릇 안의 물은 차가웠다. 밤새 방 안에 놓여 있던 물이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릇을 감싸 쥐었다.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손바닥도 이미 차가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것이 차가운 것을 데울 수는 없었다.

 

엄마는 어렵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냥… 둬."

 

목소리가 갈라졌다. 어제보다 더 낮았다. 어제는 적어도 말이 한 문장씩 나왔는데, 오늘은 두 글자도 힘겨워 보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영수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때로 어른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공기의 색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영수는 지금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어제까지는 그래도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그 생각마저 얇아져 있었다.

 

"밥은?"

 

영수가 물었다.

 

엄마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괜찮다."

 

그 말은 너무 빨리 나왔다. 너무 빨리 나온 말은 대개 진짜가 아니었다. 영수는 그걸 알고 있었다. 엄마는 힘들수록 먼저 괜찮다고 했다. 배고파도 괜찮다 했고, 추워도 괜찮다 했고, 아파도 괜찮다 했다. 엄마의 '괜찮다'는 말은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 영수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영수는 그 말이 싫었다. 엄마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괜찮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뭔가 중요한 것이 자꾸 가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하지만 싫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죽이라도 끓일게."

 

영수는 부엌 쪽으로 갔다. 부엌이라고 해도 방 한쪽에 겨우 붙어 있는 좁은 공간이었다. 아궁이는 식어 있었고, 땔감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쌀독을 열자 바닥이 보였다. 그는 손을 넣어 남은 쌀알을 긁어모았다. 손바닥 위에 모인 것은 한 줌도 되지 않았다.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그는 다시 뚜껑을 닫았다.

 

뚜껑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물동이를 들고 지나갔고, 누군가 아이를 깨우는 소리가 났다. 좁은 골목에서는 작은 소리도 크게 번졌다. 세상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방 안만 멈춘 것 같았다.

 

영수는 다시 엄마 곁으로 왔다. 엄마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뜨거웠다.

 

어제보다 더 뜨거웠다.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였다. 그는 손을 떼지 못했다. 어쩌면 손을 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열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몸이 이렇게까지 뜨거워지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영수는 알지 못했다. 그 모름이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엄마, 병원 가야 돼."

 

말하고 나서 영수는 스스로 놀랐다. 그 말은 며칠 동안 마음속에만 있던 말이었다.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그 말은 너무 커져 버렸다.

 

엄마는 눈을 떴다. 흐린 눈이었다.

 

"병원은 무슨…."

 

"가야 돼."

 

영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러다 더 아프면 어떡해."

 

엄마는 대답 대신 영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미안함이 먼저 있었다. 아픈 사람이 왜 미안해하는지, 영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늘 그랬다. 자기 몸이 아픈 것보다, 아파서 영수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을 더 미안해했다.

 

그 눈빛을 볼 때마다 영수는 자신이 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열 살짜리가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어른인 척 하는 것밖에 없었다.

 

"돈이 있어야지."

 

엄마가 작게 말했다.

 

그 한마디가 방 안을 더 차갑게 만들었다.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돈. 그 말은 너무 단단했다. 벽 같았다. 아이의 손으로 밀어도 꿈쩍하지 않는 벽. 엄마의 열보다, 기침보다, 숨소리보다 더 무서운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했다.

 

그 벽 앞에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 말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을 것이다. 하지만 어젯밤 내내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지새웠던 그 시간이, 지금 영수의 발을 붙잡고 있었다. 물러서면 그 시간이 모두 사라질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구해볼게."

 

"영수야."

 

엄마가 부르려 했지만, 기침이 먼저 나왔다.

 

영수는 엄마의 등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등을 쓸 때마다 엄마의 몸이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몸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버텨 왔는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영수는 갑자기 화가 났다. 누구에게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가난에게인지, 병에게인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나 금방 올게."

 

"어딜 가려고…"

 

"민호네."

 

엄마는 말리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은 이불 위에서 조금 움직이다 멈췄다. 그 손을 보는 순간, 영수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그는 낡은 외투를 걸쳤다.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어 앞섶이 제대로 여며지지 않았다. 그래도 손으로 꼭 붙잡았다. 문을 열자 차가운 아침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골목은 이미 사람들로 조금씩 붐비고 있었다. 누군가는 시장 쪽으로 걸어갔고, 누군가는 연탄재를 들고 나왔다. 아이 몇 명은 책가방을 메고 뛰어갔다. 영수는 그 아이들을 보며 잠시 멈췄다.

 

오늘도 학교에 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보다 엄마의 숨소리가 먼저였다.

 

그는 골목을 뛰기 시작했다. 발이 미끄러질 뻔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찬바람이 목 안으로 들어와 따가웠다.

 

민호네 집은 골목 아래쪽에 있었다. 뛰어가는 동안 영수는 계속 생각했다. 얼마를 빌릴 수 있을까. 병원비는 얼마나 할까. 민호네도 넉넉하지 않은 집이라는 것을, 영수는 알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빌리는 쪽도, 빌려주는 쪽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그래도 가야 했다.

 

민호네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영수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었다. 그는 잠시 벽에 손을 짚었다. 손바닥에 차가운 흙벽의 감촉이 닿았다.

 

문을 두드리려던 손이 멈췄다.

 

민호는 친구였다. 하지만 친구에게 돈을 빌린다는 것은, 그 사이에 다른 무언가가 끼어드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영수는 민호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민호는 영수를 어떻게 볼까. 그 눈빛이, 영수는 두려웠다. 돈보다, 그 눈빛이 더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 집 안에는 엄마가 홀로 누워 있었다.

 

그것이 모든 두려움보다 컸다.

 

영수는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톡.

 

너무 작았다.

 

다시 두드렸다.

 

톡, 톡.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영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민호가 얼굴을 내밀었다.

 

"영수야?"

 

영수는 입술을 달싹였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민호는 영수의 얼굴을 보더니 표정이 변했다.

 

"무슨 일 있어?"

 

그 말에 영수는 겨우 고개를 숙였다.

 

"우리 엄마가…."

 

거기까지 말하고 목이 막혔다. 더 말하면 울 것 같았다.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이 흐려졌다.

 

민호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조금 더 열었다.

 

영수는 그 앞에서 주먹을 꼭 쥐었다.

 

아침은 밝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영수에게 그 아침은 밝지 않았다.

 

그날 아침, 영수는 처음으로 알았다. 어떤 하루는 해가 뜨는 순간부터 이미 너무 무겁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게를 혼자 지는 사람은, 혼자가 아닌 척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4.27 10:42 수정 2026.04.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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