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최근 노동위원회가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를 일부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건설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노동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 있으나, 복잡한 공정과 수많은 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건설 현장의 실무자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건축사로서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가져올 파장은 결국 공사비 폭등과 주택 공급 지연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국민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 건설은 '시간 산업'… 공정 하나만 멈춰도 연쇄 손실 발생
건설 현장은 일반 제조업처럼 재고 조절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선행 공정이 완료되어야 후속 공정이 들어올 수 있는 철저한 ‘시간 산업’이다. 특정 노조의 교섭 지연이나 파업으로 인해 단 하루만 공정이 밀려도 장비 대기료, 인건비, 금융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건설 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며, 이 구조가 흔들리면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사업 주체에게 전가된다.
■ 원청 교섭 확대가 불러올 다층적 비용 구조의 변화
이번 결정의 핵심은 원청 건설사가 수십 개의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타워크레인, 철근, 콘크리트, 전기, 설비 등 공종별 노조가 각기 다른 요구안을 들고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경우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교섭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비용은 물론, 노사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관리 인력과 법률 대응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러한 관리 비용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공사비 상승을 유발한다.
■ 공사비 상승과 공급 지연… 최종 피해자는 국민
건설사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에는 한계가 있다. 상승한 공사비는 민간 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승으로, 정비사업에서는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공공사업 역시 세금 부담 증가라는 결과를 낳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택 공급의 위축이다. 현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시행사와 조합은 착공을 미루거나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게 된다. 주택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집값과 임대료 불안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 권리 보호와 산업 현실 사이의 ‘입체적 설계’ 절실
노동자의 안전과 임금 등 권익 보호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제도는 현실에 발을 붙여야 한다. 건설업은 다단계 협업과 현장별 단기 프로젝트라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이 현실을 무시한 채 이념적 접근으로 일관한다면 노동자도, 기업도, 국민도 모두 힘들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 이념 아닌 책임 구조로 현장을 바라봐야
건설 현장은 이념이 아니라 일정과 비용, 책임 구조로 움직인다. 노란봉투법의 진짜 영향은 법 조문이 아니라 먼지가 날리는 현장에서 드러날 것이다. 교섭의 확대가 공정 지연으로, 다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집을 기다리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노동권 보호와 산업 경쟁력이 대립 개념이 아닌 상생의 가치로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성진용 건축사·교수
토지·건축물 건강검진센터 대표
주식회사 화신 대표
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매경부동산센터 대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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