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4
4. 문 앞에서
엄마는 영수가 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아니, 막으려 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손을 뻗었다가 이불 위에서 멈춘 것처럼, 말을 하려다가 기침이 먼저 나온 것처럼. 그래서 마지막에는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았다. 영수는 그 눈빛을 등 뒤에 달고 골목을 나섰다.
그 눈빛이 뭘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지 말라는 뜻인지, 조심하라는 뜻인지, 아니면 미안하다는 뜻인지. 어쩌면 세 가지 모두였을지도 몰랐다.
골목은 아침보다 조용해져 있었다. 장을 보러 간 사람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 있었다. 연탄재를 치우던 춘식 아저씨도 보이지 않았다. 영수는 그 빈 골목을 혼자 걸었다.
걸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필요하다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엄마를 데려오라고 하면—엄마는 지금 혼자 일어서지도 못하는데—뭐라고 해야 할까.
대답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대답이 없어도 가야 했다. 그것만은 알고 있었다.
골목 끝의 그 건물은 멀리서 볼 때보다 더 작았다.
영수는 걸음을 멈추고 그 앞에 섰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뛰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멈추면 안 될 것처럼 달려왔다. 그런데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달리는 동안에는 두려움이 뒤를 쫓아오는 것 같아서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자, 두려움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낡은 간판이 보였다. 글자는 반쯤 지워져 있었지만, '병원'이라는 두 글자는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병원.
그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조여 왔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영수는 주머니 위에 손을 얹었다. 동전들이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찰칵.
그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깐 눈을 감았다.
이걸로 될까.
머릿속에서 같은 질문이 계속 반복되었다.
이걸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이걸로 엄마를 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문을 열자마자 어른이 나와 돌아가라고 할까. 아니면 들어가게는 해 주지만 어딘가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돈이 없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올까. 그때 어떤 얼굴로 그 말을 해야 할까.
그는 그 다음 생각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가면, 발이 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영수는 다시 눈을 떴다.
문이 보였다. 나무로 된 오래된 문이었다. 손잡이는 닳아 있었다. 여러 사람이 잡았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빛이 닿는 부분은 조금 더 반들거렸고, 닿지 않는 부분은 거칠게 남아 있었다.
저 손잡이를 잡은 사람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왔을 것이다. 영수는 그 사실을 생각했다. 저 손잡이는 수없이 돌아갔다. 자신의 손이 닿는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몸을 움직여 주지는 않았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문 앞까지 왔다.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그 짧은 거리가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영수는 손을 들었다. 손잡이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막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 막힘은 분명히 느껴졌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팔목에서 시작된 떨림이 손끝까지 번져 있었다.
그는 손을 다시 내렸다.
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바닥이 보였다. 눈이 조금 녹아 물이 고여 있었다. 그 물 위에 자신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작았다.
너무 작았다.
이 아이가 병원에 들어가서, 어른들 앞에서 말을 꺼내면. 돈이 얼마밖에 없다고, 그래도 봐 달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뭐라고 할까. 그냥 들어오라고 할까. 아니면 표정이 달라질까. 아니면 조용히 나가라고 할까.
어른들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병원은 돈 있는 사람만 가는 곳이야."
"괜히 갔다가 망신당한다."
그 말들이 귓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영수의 손이 다시 떨렸다. 그는 주머니를 더 세게 쥐었다. 동전들이 손바닥에 파고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 감촉이 현실을 붙잡아 주는 것 같았다.
지금 여기 있는 것. 지금 해야 하는 것.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엄마를 떠올렸다.
이불 속에서 숨을 몰아쉬던 모습. 손을 뻗으려다 이불 위에서 멈춘 손. 그리고 영수가 문을 나설 때 보내던 그 눈빛.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그래서 더 오래 남는 눈빛.
엄마는 지금도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혼자.
영수는 이를 악물었다.
손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손잡이에 닿았다.
차가웠다.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그는 그 차가움에 잠깐 움찔했다. 하지만 손을 떼지 않았다. 손잡이를 조금 돌리려 했다.
그 순간, 안쪽에서 소리가 났다.
발소리였다.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가까워지는 소리.
영수의 심장이 갑자기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손잡이를 놓을지, 그대로 잡고 있을지 판단하지 못했다.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은 짧았지만 길게 느껴졌다. 영수는 숨을 참고 있었다. 자신이 숨을 참고 있다는 것조차 잊을 만큼, 온몸이 굳어 있었다.
그때, 문 안쪽에서 손잡이가 움직였다.
영수가 잡고 있던 그 손잡이가, 반대쪽에서 천천히 돌아갔다.
깜짝 놀라 손을 놓을 뻔했지만, 이미 늦었다.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공기는 차가운 골목의 공기와 부딪히며 순간적으로 흐름을 만들었다. 영수의 얼굴에 그 온기가 닿았다. 짧았지만 분명한 온기였다.
골목 끝 창문에서 느꼈던 그 온기였다. 그때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것이, 지금 얼굴에 직접 닿고 있었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문 안쪽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위압적이지 않았다. 높지 않았다. 오히려 낮았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조금 굽혀 영수의 눈높이에 맞췄다.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영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남자는 영수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차갑지 않았다. 따뜻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 눈빛은, 영수를 평가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체로.
"왜 밖에 있어?"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영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남자는 잠시 더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그 기다림이 오히려 영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른들은 보통 기다리지 않았다. 대답이 늦으면 먼저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사람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영수의 말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처럼.
영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저… 그게…."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이해한다는 듯이. 그리고 한 발짝 옆으로 물러났다. 문을 더 열었다. 안쪽이 더 보였다.
밝았다. 생각보다 따뜻해 보였다.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움직이고,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누군가가 숨 쉬고 있는 공간.
남자는 다시 말했다.
"들어올래?"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조건도 없었다. 얼마를 가져왔는지, 누구인지, 왜 왔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들어오라고 했다.
영수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몸이 아직도 문 밖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는 주머니를 한 번 더 쥐었다. 동전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문턱을 넘었다.
그 순간,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완전히 갈렸다. 영수의 몸이 그 경계를 통과했다. 뒤에 있던 골목의 공기가 멀어졌다. 앞에 있는 공간이 가까워졌다.
남자는 문을 천천히 닫았다. 바깥의 소리가 조금씩 사라졌다. 안쪽의 소리가 또렷해졌다.
영수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자신이 알던 세상과 조금 달랐다.
그날, 영수는 문 하나를 넘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간의 경계가 아니었다. 그가 알고 있던 세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세계 사이의 경계였다.
그리고 그는 아직 몰랐다. 이 작은 한 걸음이, 자신의 삶 전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