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부동산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오랜 공식은 ‘소유’였다. 좋은 입지의 땅을 사서 보유하다가 값이 오르면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구 구조의 변화, 지방 소멸의 현실화,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경기 흐름이 맞물린 지금, 단순히 땅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이제 토지는 시세 차익의 대상이 아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운영의 대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 버려진 땅의 변신, ‘현금 흐름 생산기지’가 된 소동산마을

최근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소동산마을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잡목과 쓰레기가 방치됐던 유휴부지는 주민 참여형 태양광 발전소로 거듭났다. 363.6kW 규모의 발전 시설을 통해 참여 가구는 매달 안정적인 소득을 얻게 되었고, 마을 전체에는 복지를 위한 공동기금이 조성되었다.
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토지는 가만히 두면 세금과 관리비만 발생하는 ‘비용’이 되지만, 기능을 부여하고 운영하면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땅을 사두고 기다리는 이들이 부를 쌓았다면, 앞으로는 땅의 기능을 기획하고 수익 구조를 만드는 ‘운영 전문가’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 잠자는 땅을 깨우는 아이디어… “빈 땅은 돈 버는 플랫폼이다”
건축 현장을 다니다 보면 도심 속 자투리땅부터 농촌의 유휴부지, 개발이 지연된 나대지 등 잠들어 있는 토지를 흔히 접하게 된다. 등기부상으로는 자산이지만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이러한 땅들은 사고방식의 전환만으로도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다.

태양광 발전은 물론, 주차장 운영, 모듈러 임대주택, 스마트팜, 공유창고, 혹은 지역 커뮤니티 수익시설 등 토지 위에 올릴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소유의 관점에서는 그저 비어 있는 공간일 뿐이지만, 운영의 관점에서는 매달 따박따박 소득이 발생하는 ‘수익형 플랫폼’인 셈이다.
■ 건축의 패러다임 변화… “무엇을 지을까”보다 “어떻게 운영할까”
이러한 흐름에 따라 건축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의 건축이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인가”라는 물리적 결과물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떤 수익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운영적 측면이 중심이 된다.
건축가는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사람을 넘어, 해당 토지 위에 어떤 콘텐츠를 얹어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을 만들지 고민하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몇 층까지 지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이 땅에서 매달 얼마의 수익을 만드는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하는 시대다.
■ 지방 소멸 시대의 해법… 토지 재생을 통한 지역의 부활

지방의 많은 마을이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에는 활용 가능한 넓은 땅이 남아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땅이 다시 소득을 창출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다시 모이게 된다. 소동산마을처럼 주민이 직접 출자하고 운영하며 수익을 나누는 구조는 단순한 에너지 사업을 넘어, 토지를 통한 ‘지역 재생 모델’의 정석을 보여준다.
결국 미래의 진짜 ‘땅 부자’는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토지에서 끊임없이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10억 원짜리 땅을 보유하며 세금 부담에 허덕이는 사람보다, 1억 원짜리 땅이라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이가 훨씬 강한 자산 경쟁력을 갖게 된다.
■ 땅을 사는 시대를 넘어 땅을 깨우는 시대로
이제 땅은 소유의 종착역이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버려진 땅에 햇빛을 얹으면 전기가 되고, 아이디어를 얹으면 수익이 되며, 사람을 얹으면 활기찬 마을이 된다. 당신이 보유한 땅이 현재 단순히 잠자고 있는 공간인지, 아니면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자산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때다.

성진용 건축사·교수
토지·건축물 건강검진센터 대표
주식회사 화신 대표
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매경부동산센터 대표교수
https://blog.naver.com/yto6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