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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역사] 142. 사츠마이모의 시작은 일본 사쓰마가 아니었다?

1597년, 고구마는 오키나와 본섬보다 미야코섬에 먼저 들어왔다

노구니 소칸(野国総管)과 기마 신조(儀間真常)가 넓힌 생명의 작물

구황 작물이자 수탈의 상징이 된 사키시마의 고구마

고구마는 류큐(琉球) 민중의 생명을 붙잡아 준 작물이었다. 그러나 그 역사는 단순한 구황 작물의 성공담이 아니었다. 고구마는 굶주림을 막은 은혜로운 식량이면서도, 쌀과 세금을 빼앗긴 사키시마(先島) 민중이 마지막으로 의지해야 했던 가난의 상징이기도 했다.

 

류큐 열도에서 고구마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은 오키나와 본섬이 아니라 미야코섬(宮古島)이었다. 『하충씨가보(河充氏家譜)』에 따르면 1597년, 스나가와 페친 시야(砂川親雲上旨屋)가 미야코섬에 고구마를 도입했다. 

 

이는 오키나와 본섬보다 8년 앞선 일이었다. 남미에서 시작해 필리핀과 명나라를 거쳐 전해진 고구마가, 류큐에서는 먼저 미야코의 땅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이후 1605년, 노구니 소칸(野国総管)이 명나라 푸저우(福州)에서 고구마 묘목을 가져와 오키나와 본섬에서 시험 재배했다. 그리고 기마 신조(儀間真常)의 노력으로 고구마는 류큐 각지로 퍼졌다. 

 

고구마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악천후에도 비교적 강했기 때문에, 흉작과 기근에 시달리던 농민들에게 결정적인 생존 식량이 되었다. 야에야마(八重山)에는 1694년 하테루마 타카야스(波照間高康)에 의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사키시마 지역에서 고구마의 의미는 더욱 복잡했다. 

 

미야코와 야에야마의 하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쌀을 지두와 슈리 왕부에 빼앗겼고, 실제 식탁에는 고구마, 고구마 잎, 해조류 정도만 남았다. 고구마는 생명을 구했지만, 동시에 수탈 속에서 겨우 연명하게 만든 비참한 현실의 식량이었다.

 

고구마 보급은 인구 증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인구 증가는 인두세 부담 증가로 이어졌고, 야에야마에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영아 살해라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고구마가 생명을 살린 만큼, 그 생명이 다시 세금의 대상이 되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류큐에서 자리를 잡은 고구마는 1705년 사쓰마 번(薩摩藩)으로 전해졌고, 이후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 이 때문에 일본 본토에서는 ‘사츠마이모(薩摩芋)’라는 이름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그 시작점이 류큐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작물은 ‘류큐이모(琉球薯)’라고 불렸어도 이상하지 않은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왜 고구마를 사츠마이모로 부르나? [이미지=AI 생성]

 

고구마는 1597년 미야코섬에 가장 먼저 도입된 뒤, 노구니 소칸과 기마 신조의 노력으로 오키나와 본섬과 류큐 각지에 확산되었다. 

 

이 작물은 기근을 막은 생명의 식량이었지만, 사키시마 민중에게는 수탈 속에서 겨우 목숨을 이어가게 한 눈물의 음식이기도 했다. 일본 본토에서는 사츠마이모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그 뿌리에는 류큐와 미야코 민중의 생존사가 깊이 새겨져 있다.

작성 2026.05.08 08:23 수정 2026.05.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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