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나누고 있는가.”
기존 질서와 분류 체계가 흔들리는 시대, 인간과 사회를 다시 바라보려는 대규모 인문 프로젝트가 관객과 만난다. 두산아트센터가 진행하는 통합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이 오는 6월 강연 프로그램 예약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여정을 이어간다.
두산인문극장 2026은 과학과 철학, 예술과 사회 담론을 가로지르며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가상, 문명과 야만, 법과 윤리 사이의 경계를 새롭게 탐색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프로그램은 공연·전시·강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형 인문 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특히 오는 6월에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의 경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강연 4편이 이어진다. 강연은 6월 8일부터 29일까지 매주 월요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되며 전 회차 무료로 운영된다. 예약은 5월 7일부터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6월 강연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된 세계의 새로운 관계 맺기’로, 디지털 기술이 재편한 미디어 환경, 첨단기술 시대의 노동 구조,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미래 예측 시스템, 그리고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사회적 판단 기준까지 동시대의 복합적 질문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첫 강연은 이상길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맡아 ‘미디어와 언론: 연결에서 파열로’를 주제로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해체되고 있는 기존 언론 질서를 분석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변화 속에서 ‘미디어=언론’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어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놀이의 죽음: 첨단기술 시대의 노동과 놀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순수 놀이의 개념을 성찰한다. 노동과 놀이의 경계가 뒤섞인 시대,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는 시간이다.
전준 한국과학기술원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예측 시스템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면서 인공지능이 계산한 미래가 실제 현실을 변화시키는 시대에 인간의 판단 권한은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마지막 강연에서는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죄와 무죄: 그 연약한 구분’을 주제로 법과 정의의 본질을 되짚는다. 제도적 판단과 개인의 윤리적 확신이 충돌하는 순간, 사회가 유지해온 정의의 기준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질문한다.

앞서 4월 강연 역시 관객들의 높은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한국 사회가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 속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형성해왔는지를 분석했고, 이준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 생명과학의 변화를 소개했다.

또한 이동신 서울대학교 교수는 인간 중심주의 이후의 세계를 조망하는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을 다뤘으며, 임종태 서울대학교 교수는 동서양 과학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돼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강연 참석자들은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존재 방식을 상상하게 됐다”,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분류 체계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는 평가를 남기며 프로그램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두산인문극장은 강연뿐 아니라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으로도 주제를 확장한다. 연극 ‘모어 라이프’는 불멸의 시대 속 인간 존재를 탐색하며, ‘원칙’은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충돌하는 가치관을 조명하며, ‘나는 나의 아내다’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존재와 정체성의 경계를 탐구한다. 두산갤러리에서는 인간을 규정하는 언어와 체계에 질문을 던지는 기획전 ‘3개국어’도 함께 열린다.
2013년 시작된 두산인문극장은 매년 하나의 사회적 키워드를 중심으로 동시대 문제를 탐구해왔다. ‘빅 히스토리’, ‘불신시대’, ‘갈등’, ‘푸드’, ‘공정’, ‘권리’, ‘지역’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시대 변화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으며, 현재까지 누적 관객 약 13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올해 ‘신분류학’은 단순한 학술 프로그램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 속 새로운 사고 체계를 모색하는 집단적 실험에 가깝다. 인간과 기술, 생명과 윤리,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두산인문극장은 익숙한 분류를 의심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말한다.
경계는 더 이상 고정된 선이 아니다. 인간과 기술, 현실과 가상, 윤리와 제도 사이의 기준이 흔들리는 시대에 두산인문극장 2026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세상을 나누고 있으며, 그 기준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익숙한 세계를 다시 분류하려는 이 시도는 결국 오늘의 인간을 다시 이해하려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