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정보부존재 통지를 취소하면서, 차별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통상 작성될 수 있는 자료에 대해 공공기관이 단순히 “보유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4월 10일 선고한 2025구합53308 사건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2025년 2월 28일 원고에게 한 정보부존재 통지를 취소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단정한 것은 아니지만, 인권위가 관련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한 회사의 아르바이트 모집공고가 지원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한 데서 출발했다. 해당 공고와 관련해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 여부를 다투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고, 인권위는 2025년 1월 24일 해당 진정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진정인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작성되거나 보관된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일부 자료에 대해 보유·관리하지 않는 정보라며 정보부존재 통지를 했다. 이에 진정인은 해당 통지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가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비공개 사유에 관한 별도의 주장·증명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보부존재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해당 채용공고가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직접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핵심 쟁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진정인에게 통지했을 가능성이 있는 문서를 실제로 보유·관리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충분한 확인과 설명을 거쳤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진정 사건의 처리 결과가 당사자에게 통지돼야 하고, 기각 결정 역시 원칙적으로 서면 통지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특히 차별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특정 문서가 통상 생성될 수 있는 성격의 자료라면, 공공기관은 단순히 내부 목록상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존재 통지를 하기보다는 실제 확인 범위와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또한 사건조사결과보고서에는 피진정회사에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도 관련 통지나 안내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정황으로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의 정보부존재 통지가 단순한 행정 처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진정, 조사, 심의, 결정 등 절차를 거치는 사건의 경우 관련 문서의 생성 가능성이 있다면, 기관은 해당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경위로 부존재 판단에 이르렀는지를 보다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판결 이후 진정인 측은 지난 4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판결 관련 재검토 촉구 및 관련 기록 보존 요청서를 발송했으며, 해당 우편물은 4월 30일 배달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인권위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관련 자료의 보유·관리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정보부존재 판단 경위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힐지 주목된다. 이번 사안은 차별 여부 자체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절차와 기록 관리 책임을 둘러싼 사례로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