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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협상 테이블을 흔드는 이란의 광신파, '제브헤예 파이다리'의 정체

종말을 앞당기려는 자들 - 이란 협상 테이블을 흔드는 '인내 전선'의 충격적 정체

트럼프의 '분열된 이란'은 누가 만들었나 - 강경파의 자살골 시나리오

제브헤예 파이다리 - 협상단 안에 잠입한 협상의 가장 무서운 적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종말의 시간표를 품은 광신(狂信)의 깃발

 

테헤란의 밤은 요즘 이상하리만치 뜨겁다. 5월의 미세한 봄바람이 도시를 식히려 해도, 거리에 모여든 군중의 함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들이 흔드는 깃발 위에는 세 사람의 얼굴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1979년 혁명의 설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 그의 후계자였던 고(故) 알리 하메네이, 그리고 가장 최근에 그 자리를 이어받은 무즈타바 하메네이이다. 세 세대를 잇대어 그려놓은 이 초상화의 행렬은, 한 정권이 '단절'이 아니라 '계승'으로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하려는 안간힘이다. 그러나 그 깃발 아래에 모인 이들 가운데, 단순한 충성을 넘어 어떤 광기 어린 신념을 품은 한 무리가 있다. 이름하여 '제브헤예 파이다리', 우리말로는 '인내 전선'이다.

 

관찰자들은 이들을 망설임 없이 '초(超) 혁명가'라 부른다. 단순한 보수 강경파보다 한 단계 더 깊고, 한 단계 더 어두운 자리이다. 1979년 친서방 샤(Shah)를 무너뜨리고 시아파 이슬람주의 권위주의 체제를 세운 그 혁명을, 이들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영원한 임무로 받든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 객원연구원 하미드레자 아지지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집단을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영원한 투쟁으로 여기며, 시아파 국가가 세상 끝까지 존속해야 한다고 믿는, 종교적 이념에 있어 매우 광신적인 자들"이라고 진단한다.

 

그들의 정신적 뿌리는 2021년에 세상을 떠난 아야톨라 무함마드 타키 메스바흐 야즈디에 닿아 있다. 그는 이란에서 가장 급진적인 성직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최고지도자 선출을 담당하는 전문가회의 위원을 지냈으며, 이란 내에서도 손꼽히는 자금력을 가진 한 종교 교육 기관을 이끈다. 그곳을 거쳐 간 졸업생들이 오늘날 이란의 핵심 정부 부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메스바흐 야즈디 사후, 그 영적 깃발을 이어받은 이는 한때 최고지도자 후보로까지 거론된 아야톨라 마흐디 미르바키리이다. 

 

그는 2019년 한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방과의 "전면적 충돌"과 "광범위한 전투"를 부추겨 종말의 시간을 앞당기겠다는 종말론적 견해를 공공연히 피력한 바 있다. 한 정권의 외교가 종말론적 시간표 위에 얹혀 있을 수도 있다는 이 한 줄, 이 한 줄이 이란을 둘러싼 모든 셈법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지난 두 달, 이들은 자신의 그릇을 키울 절호의 무대를 얻는다. 2월 말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8주에 걸친 공습은 이란의 군사 거점을 흔들었지만, 동시에 거리에는 새로운 종류의 군중이 쏟아져 나온다. 자신을 '혁명적' 이란인이라 부르는 젊은 세대, 거듭된 외부 공격이 오히려 체제를 향한 충성심을 다시 끓어오르게 했다는 이들이다. 파이다리는 이 흐름을 발 빠르게 자기편으로 끌어당긴다. 아지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고 알리 하메네이가 꿈꾸던 젊고 독실한 혁명 세대의 살아 있는 구현체"인 양 행세하며, 거리의 함성을 자기 정치 자본으로 환산하고 있다.

 

이 광경 한가운데에 한 사람의 이름이 솟아오른다. 사이드 잘릴리이다. 전 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이자 이 단체의 가장 저명한 얼굴인 그는, 최근 대선에서 약 1,300만 표를 얻어 2위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형 바히드 잘릴리는 이란 국영방송 IRIB의 고위 간부이다. 한 형제가 표심과 방송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이프를 동시에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의회 안의 동조자들, 주요 친정권 매체들, 정권 핵심부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 지도자들이 더해지면, '소수'라는 수식어 뒤에 숨은 이 집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들의 전선은 지금 협상 테이블 위로 옮겨와 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 중인 대미 회담에서 이란의 수석 협상 대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다. 내부 결속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연출의 하나로, 파이다리의 상징적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마흐무드 나바비안 의원도 협상단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는 회담장 문을 나서기 무섭게 핵 협상이 "전략적 실수"라고 공개적으로 깎아내리고,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의 협상단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선다. 그는 X(옛 트위터)에 "미국의 불성실한 과거 행적과 굴욕적인 JCPOA(2015년 핵 협정) 지지자들이 갈리바프 씨와 함께 협상에 참여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란에 유리한 합의는 기대할 수 없다"라고 적는다. 협상단에 들어가 협상단을 공격하는 이 기묘한 풍경이, 오늘 이란 권력의 풍속도이다.

 

파이다리의 기관지 격인 라자뉴스는 한층 더 노골적이다. 한 기사는 이렇게 탄식한다. "미국은 우리의 지도자, 지휘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데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우리의 이맘을 순교시키더라도, 여전히 협상하고, 스티브 위트코프, JD 밴스, 재러드 쿠슈너와 악수하고, 순교한 이맘을 죽인 자들에게 미소 지을 의향이 있는 집단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협상은 곧 항복이라는 등식, 악수는 곧 배신이라는 도덕률이 그들의 문법이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이 단체와 연관된 의원 7명은 협상팀을 지지하는 의회 성명서에 끝내 서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강경한 외침은 의외의 결과를 낳고 있다. 지역 전문 매체 암와즈미디어의 편집장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전략이 "완전히 역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큰 목소리는 결과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심각한 내부 분열에 빠진 나라"로 묘사할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 정권은 혼란스럽고 분열돼 있다"라고 거듭 발언한 그 풍경의 배경 음악이, 다름 아닌 이들의 거리 시위와 의회 폭로전이라는 것이다. 샤바니는 이들이 합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아 국내 권력 지형을 자기들 손으로 다시 짜기 위한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본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합의의 여부가 아니라 누가 합의의 펜을 쥐느냐에 있다는 진단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 광신의 외침이 이란 사회 안에서조차 점점 외로운 메아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온건파는 물론이고, 이념적으로 가까운 보수 진영조차 이들의 과격함에는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거리에는 그들의 깃발이 펄럭이지만, 정치권의 회랑에는 그들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이 거세진다. 한 정권이 가장 큰 위협 앞에 놓인 그 시기에, 정작 자기 진영에서 가장 시끄럽게 외치는 자들이 도리어 적이 그려 놓은 분열의 그림 위에 색을 채워 넣어주는 형국이다. 권력의 가장 깊은 모순은 종종 이렇게, 가장 충성스러워 보이는 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작성 2026.05.10 00:39 수정 2026.05.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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