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1
11. 두 번째 심부름
다음 날이었다.
영수는 엄마 곁에 앉아 있었다. 엄마의 열은 어제보다 조금 내렸다. 기침도 덜했다. 그래도 아직 혼자 일어나지는 못했다. 남자는 아침에 한 번 들러 상태를 확인하고 나갔다. 그 짧은 방문에서 영수는 눈으로만 물었다. 남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오전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복도에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낮게, 그러나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리였다. 영수는 귀를 기울였다.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크게 울부짖는 것이 아니었다. 혼자 참으면서 내는 소리였다. 어른들이 옆에 없을 때, 아이가 혼자 버티면서 내는 그 소리.
영수는 그 소리를 알았다. 어릴 때 자신이 냈던 소리였다.
그는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
‘나가야 하나.’
그 질문이 떠오르자마자, 바로 다음 질문이 따라왔다.
‘내가 가도 되나.’
어제 간호사가 부탁했을 때는 달랐다. 누군가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해도 된다는 허락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다. 그냥 소리가 들렸고, 영수가 그것을 들었을 뿐이었다.
내가 나서면 이상한 걸까. 괜히 더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저 아이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간호사들이 곧 갈 텐데, 잠깐 기다리면 되는 게 아닐까.
영수는 그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모두 그럴듯한 이유였다. 모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유들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에 걸렸다.
소리가 또 들렸다.
참는 소리였다. 혼자인 소리였다.
영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를 한 번 바라보았다. 숨이 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문을 열었다.
소리는 복도 맞은편 병실에서 났다.
문이 열려 있었다. 영수는 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침대 위에 아이가 있었다. 영수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아이였다. 여자아이였다.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영수는 문 앞에서 멈췄다.
‘들어가야 하나.’
또 멈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보다 짧았다. 소리를 들으러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미 문 앞까지 왔으니까. 이제 와서 돌아가는 것은 이상할 것 같았다.
그는 문틈을 살짝 두드렸다.
"저기…."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갰다. 눈물이 뺨에 말라 있었다. 영수를 보더니 잠시 멈추었다. 영수도 멈추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른이 아니었다. 비슷한 크기의 아이였다. 그 사실이 영수를 조금 덜 긴장하게 했다.
"혼자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밥 먹으러…."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영수는 잠시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뭔가 해 줄 수 있는 물건도 없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아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냥 서 있었다.
문틈에 기대어, 아무 말 없이.
잠시 후, 아이가 말했다.
"아파?"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엄마가."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영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알겠다는 뜻 같았다. 자신도 비슷한 이유로 여기 있다는 뜻 같았다.
그 짧은 눈빛 교환이, 이상하게 많은 것을 전했다.
울음소리는 멈춰 있었다.
영수가 들어온 뒤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아이는 여전히 무릎을 안고 있었지만, 어깨의 들썩임이 줄어들었다. 영수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여기 있는 것이 무언가를 바꾸었다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서 있었는데.
조금 뒤, 아이의 엄마가 돌아왔다.
문 앞에서 영수를 보고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수는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저는 그냥, 혼자 있는 것 같아서요."
아이 엄마는 잠시 영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고마워요."
영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의 병실로 돌아왔다.
엄마는 여전히 누워 있었다. 숨이 고르게 이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 영수는 원래 자리에 앉았다.
손이 조금 떨렸다. 가슴이 아직 두근거리고 있었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까. 그냥 옆에 서 있었을 뿐인데.
하지만 그 '그냥 서 있음'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영수는 지금 알고 있었다.
나서는 것이 어려웠다. 멈추는 것도 어려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것도 어려웠다. 그 모든 것이 선택이었다.
그날 오후, 남자가 병실을 들렸다.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고, 메모를 남기고, 나가려다 영수를 보았다.
"아까 맞은편 병실 아이 옆에 있었지?"
영수는 깜짝 놀랐다.
"봤어요?"
"간호사한테 들었어."
남자는 잠시 영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평가하는 것이 없었다. 그냥 확인하는 눈이었다.
"누가 시켰니?"
"아니요."
그 대답이 나오기까지 잠깐 망설였다. 시킨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게 자랑처럼 들릴까 봐. 아니면 반대로, 허락도 없이 나댔다는 말처럼 들릴까 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한 거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영수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들었다. 칭찬이 아니었다. 사실의 확인이었다. 누군가 시킨 것이 아니라 영수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확인. 그리고 그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
영수는 그 말을 마음속에서 천천히 반복했다.
‘네가 한 거다.’
오늘 아침부터 머릿속에 있던 질문—내가 해도 되는 걸까—이 그 말 앞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작아졌다.
영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서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시킨 사람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경계를 아는 것이, 앞으로 자신이 익혀야 할 것 중 하나라는 것.
저녁이 가까워졌다.
병실 창문으로 빛이 조금 기울었다. 엄마는 처음으로 스스로 눈을 떴다. 영수를 보더니 작게 말했다.
"밥은 먹었니?"
영수는 그 말에 잠깐 멈추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그 순간 처음 알아차렸다. 그런데 엄마가 먼저 그것을 물어보았다.
아직 아프면서, 아직 누워 있으면서, 엄마는 영수의 밥을 먼저 물었다.
영수는 대답 대신 엄마의 손을 잡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오면 울 것 같았다.
엄마는 그 손을 가만히 잡고 있었다. 꽉 쥐지도, 놓지도 않고. 그냥.
그날, 영수는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나서는 일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먼저 온다는 것. 그리고 그 두려움이 있어도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아픈 사람이 먼저 묻는 말이 있다는 것. 그 말 안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
두 번째 배움이 더 오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