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이 다 하니까… 한 판만 더 하면 다시 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14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주간’ 기념행사. 무대 위 청소년 배우의 짧은 대사가 행사장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이 어떻게 중독과 범죄로 번지는지를 다룬 예방 뮤지컬 속 장면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교육부를 비롯해 경찰청,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청소년 사이버도박 예방과 회복 지원 방안을 공유하고 범정부 협력 체계를 공식화했다.
현장에서 공연된 예방 뮤지컬은 단순한 일탈이 반복과 집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하면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빠르게 무너졌다.
극 중 청소년은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 돈을 받아내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계좌와 대포통장 문제에까지 연루된다. “본전을 찾으려면 더 큰 판으로 가야 한다”, “돈 좀 빌려달라”는 대사는 청소년 도박의 전형적인 중독 구조를 그대로 보여줬다.
후반부에는 경찰 수사와 가족 갈등 장면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공연은 단순 처벌이 아닌 회복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은 상담과 주변의 도움을 통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는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단속 인원은 2023년 9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4715명이었지만, 이후 1년 동안 715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온라인 플랫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불법 도박에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단순 도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2.7%에 달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대리입금, 고금리 불법대출, 개인정보 유출, 협박 피해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청소년 도박은 더 이상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최병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은 “도박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꿈과 시간을 빼앗는 중독이자 범죄”라며 “잠깐의 호기심 때문에 미래 전체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온라인 환경 발달로 청소년들이 도박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며 “학습과 인간관계, 정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교 중심 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도 “청소년 도박 문제는 숨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단속 중심 대응에서 회복 지원 체계 강화로 방향을 넓히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도박은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자진신고 제도를 통해 발견부터 상담, 치유, 일상 복귀까지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청소년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 제도’ 시행을 위한 범정부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새 제도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 또는 보호자가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도박 사실을 신고하면 수사와 상담, 치료 프로그램을 연계 지원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도박 금액과 반성 정도, 치료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해 훈방이나 즉결심판 등 선처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불법사금융 피해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상담 과정에서 대리입금이나 고금리 불법대출 피해가 확인되면 금융당국의 원스톱 지원체계와 연계해 피해 구제를 지원한다. 특히 연 이자율 60%를 초과하는 불법대출의 경우 원금과 이자 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도 함께 안내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예방주간을 계기로 교육·단속·상담·치유를 아우르는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청소년 도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회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