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8
18. 엄마에게 묻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부엌에 있었다.
이제는 혼자 저녁을 챙기고 있었다. 된장을 풀고, 파를 썰고, 냄비를 저었다. 그 모습이 아직도 이상하게 새로웠다. 당연한 일인데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영수는 방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오늘이 무거웠다.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안이 무거웠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말이 없었다.
엄마는 영수를 몇 번 바라보았다. 아마 알고 있을 것이었다. 영수의 얼굴이 평소와 달랐을 것이니까. 하지만 먼저 묻지 않았다.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이상하게 편했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된다는 공간이었다.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영수가 먼저 말했다.
"오늘 실수했어."
엄마는 그릇을 들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영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영수는 말했다. 병실 앞에 갔던 것을. 물을 가져다드릴까 물었다가 차갑게 거절당한 것을. 오전 내내 아무것도 못 한 것을.
말하면서 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 엄마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실수를 했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 그냥 괜찮은 척했다. 괜찮다는 말은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끝까지 들었다.
중간에 끊지 않았다. 표정이 바뀌지도 않았다. 그냥 들었다. 영수가 다 말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그것이 전부였다. 잘 했다거나, 잘못 했다거나, 다음엔 이렇게 해라거나. 그런 말이 없었다. 그냥 그랬구나.
영수는 잠시 기다렸다. 뭔가 더 올 것 같았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그랬구나' 한마디가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편하게 느껴졌다.
영수는 조금 더 말했다.
"선생님이 말했어. 마음이 맞다고 방법도 맞는 건 아니라고."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엄마도 그런 적 있어?"
그 질문이 나오기까지 잠깐 망설였다. 엄마에게 이런 것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늘 해결하는 사람이었고, 버티는 사람이었고,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 안에 흔들림이 있었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물어보고 싶었다.
엄마는 잠시 생각했다.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생각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영수는 기다렸다.
"있지."
엄마가 말했다.
"네가 아팠을 때."
영수는 고개를 들었다.
"나 아팠던 적이 있어?"
"두 살 때. 기억 못하겠지."
영수는 기억이 없었다. 엄마는 조금 먼 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열이 높이 올랐어. 한밤중에. 그때는 여기 이 골목에 막 이사 왔을 때라, 아는 사람도 없었고."
영수는 조용히 들었다.
"무조건 뛰었어. 어딘가 의원이 있을 거라고. 밤에 열려 있을 데가 없을 것 같았는데, 골목 하나 돌아가니까 불이 켜진 곳이 있더라."
영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그게 지금 그 병원이야?"
엄마는 잠시 생각했다.
"글쎄. 그때가 다른 데였나. 잘 모르겠다. 비슷한 데였겠지."
영수는 그 대답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보다, 엄마도 그런 밤이 있었다는 것이 더 크게 남았다. 한밤중에 아이를 안고 뛰었던 엄마. 영수가 엄마를 안고 병원으로 가던 날과, 어딘가 겹쳤다.
"엄마."
"응."
"그 선생님 말이야."
영수는 천천히 말했다.
"왜 그렇게 사는 것 같아? 돈도 제대로 안 받고, 쫓아내지도 않고."
그 질문이 나오고 나서, 영수는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앞에서부터 품어온 질문이었다. 그동안 혼자 생각했고, 의사에게는 직접 묻지 못했다. 그런데 엄마에게는 나왔다.
엄마는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릇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미 어두운 창이었다.
"그게 그 사람한테는 옳은 일이기 때문 아닐까."
영수는 그 말을 들었다.
"옳은 일?"
"응.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 옳은 일."
영수는 그 말을 되씹었다.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한다. 돈이 없어도 하고, 힘들어도 하고, 아무도 몰라도 하는 것.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옳은 일이라서.
엄마는 말을 이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있어.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자기한테 맞는 방식으로 사는 사람."
그 말이 조용하게 내려앉았다.
"엄마는?"
영수는 물었다. 엄마는 자기한테 맞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것 같은지.
엄마는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웃었다. 작은 웃음이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도."
그 말이 뜻밖이었다. 엄마가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른다는 말이 더 진짜 같았다.
안다고 하는 것보다, 아직 모른다는 것이 더 솔직한 것일 수 있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조금 더 오래 이야기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수가 학교 이야기를 했고, 엄마가 어릴 때 이야기를 조금 했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냥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오가는 시간이, 두 사람 사이에는 없었다. 늘 급했고, 늘 무언가를 해야 했고, 늘 괜찮다고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엄마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영수도 괜찮은 척하지 않았다. 그냥 있었다. 말하고, 듣고, 모른다고 하고, 그래도 괜찮고.
잠들기 전에 영수는 생각했다.
엄마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어른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모르는 것도, 아직 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했다.
내일 병원에 가야겠다는 것을.
오늘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다시 가고 싶어졌다.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가 한밤중에 아이를 안고 뛰었던 것처럼, 두려워도 움직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병원이었다.
방 안은 조용했다. 엄마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렸다. 창밖에는 바람 소리가 조금 있었다.
영수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한다는 것. 그 말이 아직 가슴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에게 옳은 일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그 질문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오늘 하루는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