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가창오리 수만 마리가 하늘에서 펼치는 군무(群舞)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거대한 그물망 같기도 하고,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 같기도 한 이 대형은 한 치의 흐름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일사불란하게 하늘을 수놓는다.
놀라운 것은 이 수천, 수만 마리의 새들이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근접 비행을 하면서도 단 한 번의 충돌 사고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무선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없는 이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토록 완벽한 비행을 선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토록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일까?
이는 오늘날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생존의 길을 찾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최고의 생존 지혜, 즉 ‘X경영(Collaboration Management)’의 정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가창오리가 초고속 비행 중에도 부딪히지 않는 비결은 주변 개체들과 완벽하게 동기화되는 융합 안테나를 몸에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360도 ‘측면 배치형’ 파노라마 시야를 지녔다
독수리나 매 같은 포식자는 사냥감과의 거리를 정확히 재기 위해 두 눈이 전면에 몰려 있어 시야각이 좁다. 반면 가창오리는 눈이 머리 양옆에 완전히 치우쳐 있다. 덕분에 고개를 전혀 돌리지 않고도 전후좌우 약 360도에 가까운 전 방향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내 앞을 날아가는 새뿐만 아니라 내 좌우, 심지어 대각선 뒤쪽에서 날아오는 동료의 미세한 날갯짓까지 사각지대 없이 한눈에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둘째, 인간보다 25배 빠른 초고속 시각 처리 능력을 지녔다
새들의 눈은 인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프레임 레이트(Frame Rate), 즉 생물학적 ‘형광등 불빛 인지 빈도’를 가진다. 인간은 1초에 60번 깜빡이는 빛을 연속된 움직임으로 보지만, 가창오리는 1초에 150번 이상의 깜빡임까지 개별적으로 분리해서 인지할 수 있다. 가창오리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리게 흐르는 ‘초고속 슬로모션 비디오’와 같다. 옆의 오리가 공기 저항으로 0.01초 만에 방향을 바꾸더라도 여유 있게 감지하고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이유다.
셋째, 깃털 속 ‘감각 수용체’ 소통 안테나가 작동한다
가창오리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깃털 뿌리 근처에는 미세한 압력과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 신경 세포 조직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물고기의 ‘측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옆 새가 날개를 저을 때 발생하는 미세한 공기 파동(바람)을 피부 감각으로 실시간 감지한다. 눈으로 동료를 보는 동시에, “지금 너무 가까워져서 공기 저항이 거세졌구나”라는 것을 온몸으로 직감하고 반사적으로 최적의 거리를 유지한다.
왜 떼로 다니는가?
독수리, 매, 호랑이 같은 강자들은 결코 떼로 다니지 않는다. 혼자서도 충분히 사냥하고 생존할 수 있는 압도적인 ‘체급’과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 홀로 성장하고 지배하는 ‘덧셈(+) 경제’의 주역들이다.
가창오리는 약자다. 한 마리씩 떨어져 날면 맹금류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연대’와 ‘협업’이라는 생존 방정식을 택했다. 수만 마리가 뭉쳐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내면, 공중의 독수리조차 압도적인 규모에 위압감을 느끼고 감히 사냥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약자들이 뭉쳐서 강자가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집단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나를 낮추고 전체를 곱하여 무한대의 생존력을 만드는 ‘X경영’의 시너지 원리다.
오늘날 거대 자본과 플랫폼 권력을 쥔 ‘공룡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각자도생하는 가창오리와 같다.
독수리처럼 혼자 힘으로 싸우려다가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가창오리 떼의 생물학적 비결에서 세 가지 생존 비밀을 얻어야 한다.
출처 윤은기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