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이 멈춰 세웠던 기름이, 조용히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미·이란 전쟁으로 원유 공급에 어려움을 겪던 쿠웨이트가, 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아시아의 정유사들에 원유를 팔겠다고 나섰다. 테헤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숨통을 쥐고 흔들겠다고 위협하는 와중에도, 페르시아만의 검은 동맥은 다시 박동을 시작한 것이다. 기름 한 방울이 곧 한 나라의 공장과 자동차, 그리고 식탁의 온기로 이어지는 시대에, 이 작은 거래는 절대 작지 않다. 이 글은 유조선 두 척이 길어 올린 거대한 안도의 신호를 따라간다.
왜 기름이 멈췄었나
비극의 출발점은 2월 28일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면서, 이란은 자국이 길목을 쥔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로 삼았다. 그 위협의 무게는 숫자가 증언한다. 호르무즈 해협으로는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약 2천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오가며, 이는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만 일부 우회 송유관을 갖췄을 뿐, 이란과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은 수출 대부분을 이 좁은 길목에 의존한다. 길목이 막히자, 걸프의 산유국마저 자국 기름을 내보낼 길이 좁아졌고, 쿠웨이트가 겪은 공급 차질도 그 그늘이었다.
무엇이, 어디로 향했나
사정에 밝은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쿠웨이트의 주력 수출품인 원유 최소 400만 배럴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두 척에 실려 적어도 중국과 한국의 정유사들에 공급되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 한 척이 통상 200만 배럴 안팎을 싣는 점을 참작하면, 두 척이라는 규모가 지닌 무게가 가늠된다. 이번 판매는 전쟁 발발 이후 쿠웨이트가 아시아 정유사에 원유를 제안한 첫 사례이며, 호르무즈 통과를 향한 이란의 위협에도 걸프 산유국의 기름 흐름이 다시 열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최신 신호다. 막혔던 둑에 처음으로 물길이 트인 셈이다.
그 기름을 기다린 사람들, 한국과 아시아
이 소식이 가장 절실한 곳은 다름 아닌 아시아, 그리고 한국이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의 행선지는 중국이 약 37.7%로 가장 크고, 인도가 14.7%, 한국이 12.0%, 일본이 10.9%로 뒤를 잇는다. 한국의 의존도는 특히 깊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68%, 하루 170만 배럴가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며, 위기 이후 비상 대응 계획을 가동했다. 산업 현장은 이미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한국은 석유화학과 휘발유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에 대해 5개월간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았고, 아시아 전체의 원유 수요는 이달 들어 하루 약 2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30달러 선을 넘나들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봉쇄가 12주간 이어지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154달러까지, 극단적 상황에서는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쿠웨이트의 유조선 두 척은 그 가파른 불안의 곡선에 작은 쉼표를 찍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