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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논설위원] 학습지원통합교육학과 신설이 필요한 이유

느린학습자 · 디지털 중독 학습자 · 문해력·난독 학습자의 심각성과 통합 지원 체계의 필요성

우리 교육 현장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배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있다. 인지 경계선상의 느린학습자,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에 깊이 의존하는 디지털 중독 학습자, 글자를 읽어도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읽기 자체를 회피하는 문해력 저하·난독 학습자가 그들이다.

 

이 세 집단은 겉으로는 서로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경발달적 취약성, 언어 처리 어려움, 자기조절 기능의 미성숙이라는 공통된 기저(基底)를 공유한다. 그럼에도 현행 교육 제도는 이들을 위한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전공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학습지원통합교육학과의 신설은 단순한 학과 증설이 아니다. 배움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교육 공동체 안으로 온전히 끌어들이기 위한 구조적 응답이다.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KALAPE) 김보미이사장 특별기고

1. 느린학습자: 경계선 지능의 보이지 않는 위기

경계선 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은 지능지수(IQ) 71~84 사이에 해당하는 인지 기능 특성을 가리킨다. 전체 인구의 약 13~14%로 추정되는 이들은 지적장애 판정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 학습 환경에서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의 핵심은 '가시성의 부재'에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맞춤형 지원 사각지대에 머물고, 일반 학급에서 '조금 느린 아이'로만 인식되어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격차는 누적되고, 이는 자존감 저하·학교 적응 어려움·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  전체 아동·청소년의 약 13~14% 해당 (국내 추정 약 80만 명 이상)

  ▸  특수교육 대상 제외 → 학습 지원 제도적 사각지대

  ▸  무지원 시 학업 중단, 은둔·고립, 청년 빈곤층 편입 위험

  ▸  조기 개입 시 자립 역량 현저히 향상됨 (국내외 중재 연구 공통 결론)

 

현행 교원 양성 과정에는 경계선 지능 아동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을 위한 전문 인력은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의 경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2. 디지털 중독 학습자: 뇌 발달을 잠식하는 과의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8.1%, 청소년은 40.1%에 달한다. 4명 중 1명 이상의 어린이, 5명 중 2명에 달하는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에 과의존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과의존은 단순한 '게임 많이 하는 아이'의 문제가 아니다. 전전두엽 발달 지연, 도파민 보상 회로의 과활성화, 충동 조절 기능 약화, 주의집중 지속 시간 감소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학습 신경망 자체가 손상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신 연구(Mohamed et al., 2025)는 스크린 타임이 틱장애 중증도의 독립적 예측인자임을 확인하였다. 디지털 과의존은 정서·행동 문제를 넘어 신경발달장애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40.1% (2023년, 과기정통부)

  ▸  유아동 과의존 위험군: 28.1% — 영유아기부터 시작

  ▸  전전두엽 발달 지연, 충동조절 기능 저하, 수면장애 동반

  ▸  스크린 타임과 틱장애 중증도 양(+)의 상관관계 확인

 

현재 디지털 중독 개입은 상담심리·복지 영역에서 단편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중독 학습자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교수·학습 전략을 달리 구성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은 사실상 훈련되지 않은 상태다.

 

3. 문해력·난독 학습자: 읽기의 붕괴가 가져오는 전면적 학습 실패

OECD PISA 2022에서 한국 청소년의 읽기 점수는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EBS·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내 조사에서도 중학생의 상당수가 교과서 수준의 지문을 스스로 독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독증(Dyslexia)은 전체 인구의 약 5~17%에서 나타나는 신경발달적 읽기 장애다. 지능과 무관하게, 음운 처리(phonological processing) 기능의 특이성으로 인해 해독(decoding)·유창성·철자에 어려움이 지속된다. 국내에서는 특수교육 분류 기준 밖에 있어 학교 내 공식 지원 체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난독증 추정 유병률: 인구의 5~17% (국제난독증협회, IDA)

  ▸  국내 학교 내 공식 진단·지원 체계 미비

  ▸  문해력 저하: 전 교과 학습 실패로 연결 — 수학·과학·사회 포함

  ▸  조기 중재(파닉스·음운 인식 훈련) 시 70~80% 이상 극복 가능

 

읽기는 모든 교과 학습의 기반이다. 문해력이 무너지면 수학 문장제, 사회 교과 지문, 과학 탐구 보고서 작성 등 전면적인 학업 실패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를 진단하고 개입할 수 있는 교사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학과는 현재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4. 세 집단의 공통 기반과 통합 교육의 필요성

느린학습자, 디지털 중독 학습자, 문해력·난독 학습자는 표면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다음의 공통된 교육적 필요를 공유한다.

 

① 신경발달 기반의 이해

세 집단 모두 뇌 기반 학습(brain-based learning) 관점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주의집중 기능,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 음운·언어 처리, 감각 조절 특성에 대한 지식 없이는 효과적인 교육 개입이 불가능하다.

② 자기조절 기능의 지원

충동 억제, 정서 조절, 지연 보상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반 교수법은 이들에게 오히려 학습 좌절을 강화한다.

③ 환경 설계와 부모·가족 협력

개별 아동에 대한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정-학교-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생태계적 접근, 부모 교육과 협력 모델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④ 조기 발견과 장기 추적

세 집단 모두 조기 개입이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입학 전후 선별 도구, 진단-지원 연계 시스템, 학년 전환기 추적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이처럼 공통된 교육적 기반 위에서 세 영역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 학과의 신설은 분절적 대응의 한계를 넘는 유일한 구조적 해법이다.

 

5. 학습지원통합교육학과: 무엇을 길러낼 것인가

학습지원통합교육학과는 다음의 핵심 역량을 갖춘 교육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  경계선 지능·학습 어려움 아동의 신경발달적 이해 및 선별·진단 역량

  ▸  난독·음운 처리 어려움을 위한 구조화된 리터러시(structured literacy) 교수법

  ▸  디지털 과의존 예방·회복 지원을 위한 심리교육 및 행동 중재 역량

  ▸  가족 및 학교 협력 기반의 생태계적 학습 지원 설계 능력

  ▸  개별화 교육 계획(IEP) 작성 및 교육 효과 평가 역량

  ▸  다직군 협업(특수교사·일반교사·상담사·의료진) 코디네이션 능력

 

이 학과는 특수교육학과나 상담심리학과의 하위 영역이 아니다. 일반 교육 체계 안에서 작동하되, 그 누구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던 경계의 학습자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교육 전공이어야 한다.

 

맺음말: 배움에서 소외된 아이는 없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평균적 학습자'를 기준으로 교육 제도를 설계해 왔다. 그 기준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배움에서 멀어졌고, 그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졌다.

 

느린학습자는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는 말로 방치되었다. 디지털 중독 학습자는 '의지 부족'이라는 낙인을 받았다. 난독 학습자는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로 오해받았다.

 

이제 우리는 이 아이들의 다름이 결함이 아닌 다양성임을 이해하고, 그 다양성에 응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학습지원통합교육학과의 신설은 그 첫 걸음이다.

 

  “모든 아이는 배울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교육 전문가의 책무이며, 

그 전문가를 길러내는 일은 사회의 책무다.”

 

 

✦ 필자 소개

김보미 이사장  |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KALAPE), KCS NEWS논설위원

10년 이상의 임상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개입, 경계선 지능 교육, 퍼실리테이션 기반 학습 지원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비영리법인 대한민국 축복봉사단 대표, 한국정신분석협회 회장단,(사)한국교정상담학회 교정상담학회 전략위원장등을 겸임하고 있다.

 

 

작성 2026.06.17 23:02 수정 2026.06.1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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