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뜨거운 열기, 차준환의 세 번째 서막
2026년 2월, 전 세계의 이목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메디올라눔 포럼으로 쏠리고 있다. 평창에서의 풋풋한 데뷔와 베이징에서의 역사적인 '톱 5' 진입을 거쳐, 이제는 어엿한 세계 피겨계의 거장으로 거듭난 차준환이 그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섰다. 경기장 주변은 영하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건너온 팬들과 현지 피겨 애호가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차준환에게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라는 거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최종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경기 전날부터 이어진 공식 연습에서 한층 깊어진 표현력과 안정적인 기술 구사를 선보이며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그가 빙판 위에 서는 순간, 공기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고 오직 그만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선 하나의 서사시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Rain, In Your Black Eyes'와 함께한 단체전 쇼트, 아쉬운 실점 속의 희망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격한 차준환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Rain, In Your Black Eyes'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성공시켰을 때,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비거리와 높이, 착빙까지 흠잡을 데 없는 '교과서적 점프'였다. 가산점(GOE)에서도 높은 점수를 챙기며 기세를 올렸으나, 이어진 트리플 루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이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평소 실수하지 않던 싱글 악셀 처리로 인해 점수가 깎이는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실수가 오히려 개인전의 '약'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고난도 쿼드러플 점프에서의 안정감을 확인한 동시에, 사소한 집중력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금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차준환의 연기는 기술점수를 넘어 예술점수(PCS)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그가 왜 '은반 위의 아티스트'인지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현장 직캠에 포착된 비장미, 6분간의 사투가 말해주는 것
유튜브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워밍업 현장 직캠 영상은 차준환의 인간적인 고뇌와 선수로서의 강인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식 중계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6분간의 워밍업 시간 동안 차준환은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을 유지했다. 스케이트 날이 빙판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와 그의 가쁜 숨소리가 현장 팬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워밍업 중 넘어진 동료 선수를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모습은 그가 지닌 베테랑의 품격을 여실히 드러냈다. 팬들은 이 영상을 보며 "중계 화면보다 더 치열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차준환의 눈빛에서 메달을 향한 집념이 보인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직캠 영상은 단순히 선수의 모습을 담는 것을 넘어, 차준환이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기록물이 되었다.
이것은 예방주사다, 실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거장의 태도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차준환의 얼굴에는 아쉬움보다 미소가 먼저 번졌다. 그는 "단체전에서의 실수가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개인전을 앞두고 정신을 차리게 해준 좋은 예방주사가 되었다"고 덤덤히 소회를 밝혔다. 이러한 긍정적인 마인드셋은 그가 지난 10년간 한국 피겨의 정상을 지킬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다. 차준환은 코치진과 함께 즉각적으로 점프 타이밍과 빙질 적응 문제를 재점검하며 개인전에서의 완벽한 연기를 위한 전략적 수정에 돌입했다. 체력 소모가 큰 단체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팀 코리아의 리더로서 동료들을 독려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승패를 떠나 동료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고 실패에 함께 아파하는 그의 모습은 올림픽 정신 그 자체였다. 이제 차준환은 자신만의 루틴을 되찾으며 가장 높은 곳을 향한 마지막 담금질에 매진하고 있다.
11일 남자 싱글 쇼트 출격, 대한민국은 그와 함께 뛴다
오는 11일, 차준환은 다시 한번 빙판 위에 선다. 이번에는 팀을 위한 연기가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남자 싱글 개인전이다. 30년 기자 생활 동안 수많은 선수를 지켜봤지만, 차준환처럼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을 잃지 않는 선수는 드물다. 그는 이제 단순히 점수를 따는 기계가 아니라, 빙판 위에서 자신의 삶을 연기하는 예술가다. 이번 밀라노 올림픽은 차준환이라는 위대한 드라마의 정점이 될 것이다. 그가 그려낼 마지막 궤적이 금빛일지, 은빛일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전하는 감동의 깊이만큼은 그 어떤 메달보다 찬란할 것임을 확신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그의 뒤에서 함께 숨 쉬며 그가 밀라노의 은반 위에 새길 전설을 목격할 준비가 되었다. 차준환의 승부수는 이미 던져졌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가 선사할 최고의 드라마를 즐기는 일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