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의 노력, 세계적 성과로 빛나다
과학은 때론 영화 속 이야기처럼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어느 날 갑자기 풀리고, 그 결과는 미래를 바꿀 잠재력을 품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제근 교수가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70년 동안 물리학계의 숙제처럼 남아있던 '2차원 자성'의 난제를 해결한 지 10년, 그의 연구 성과가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를 통해 집대성되며 다시 한번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6년 이루어진 이 놀라운 성과는 단순히 학문적 기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의 쾌거는 단순히 근래 연구업적 중 하나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은 그의 연구가 과학계에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도전적인 질문에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194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물리학자 라스 온사거(Lars Onsager)는 이론적으로 '두께가 원자 단위로 얇은 2차원 자성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물질이 실제로 구현된 적은 없었고, 온사거의 이론은 여전히 가설로 남아있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 도전을 받아들였고,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16년간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광고
그의 연구는 2016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박 교수는 삼황화린철(FePS₃)을 박리하여 원자 단위 두께의 물질에서 자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그의 연구팀은 극저온 환경인 영하 118도 이하에서 이러한 자성체를 관찰했고, 온사거의 예측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하며 물리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연구가 발표된 이후, 물리학 및 재료과학 분야에서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물질은 핵심 연구 주제로 자리 잡았으며, 관련 논문만 연간 1천 편 가까이 발표될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는 박 교수의 2016년 발견이 단순한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전체 학문 분야의 방향을 바꾼 패러다임 전환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박 교수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88쪽 분량의 리뷰 논문이 미국물리학회(APS)가 발행하는 '현대물리보고서(Reviews of Modern Physics, RMP)'에 게재되었습니다. RMP는 물리학 분야에서 최상위 학술지로 평가받으며, 주로 해당 분야에서 수십 년간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온 소수 석학에게만 집필 기회를 제공합니다.
광고
한국인이 1저자 또는 교신저자 자격으로 이름을 올린 사례는 극히 드물며, 박 교수는 교신저자 자격으로 이 논문을 발표하며 한국 과학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였습니다. 이는 2016년 실험 성공 이후 지속적으로 축적해온 연구 성과와 학문적 영향력을 국제 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70년 묵은 물리학 난제, 실험으로 풀다
박 교수의 연구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반도체 기술보다 훨씬 낮은 에너지로 작동하는 초저전력 반도체나 양자 컴퓨터의 핵심 소자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박 교수의 연구가 '스핀 기반 양자 현상 제어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와 같은 신소재 혁신부터 양자 소자 기술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적용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반데르발스 자성체 내 스핀 기반 양자 현상 제어 기술은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및 양자 소자 기술의 토대가 될 것이며, 이는 단순한 이론적 가능성을 넘어 실제 응용 기술로 발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광고
그렇다면 이 연구 성과는 단순히 미래 기술의 발전에만 국한된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박 교수의 연구는 한국이 기초 과학 분야에서 어떤 위상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물리학 분야에서 최상위 학술지로 평가받는 현대물리보고서는 특정 연구 주제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자에게만 리뷰 논문 집필을 요청합니다. 박 교수가 8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리뷰 논문을 교신저자 자격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그가 2차원 자성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한국 기초과학이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물론, 이런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박 교수는 인터뷰에서 연구 초기부터 냉소적인 반응에 시달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왜 굳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파고드느냐'라는 질문부터, 실험적으로 입증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는 의견까지, 이런 반응은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없는 가장 독창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과학자의 사명이라고 믿으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습니다.
광고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연구 주제에 매진한다는 것은 현대 과학계의 빠른 성과 중심 문화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끈기와 신념은 결국 그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로 이끌었고, 한국 기초과학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기게 했습니다.
양자 컴퓨터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초석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교수 연구가 실험적 입증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만큼, 기술적 응용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초 과학 연구와 실제 기술 상용화 사이에는 종종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라 불리는 간극이 존재하며, 아무리 뛰어난 기초 연구라 하더라도 실용 기술로 전환되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박 교수의 발견이 이미 기술 개발에 커다란 영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 이후 연간 1천 편 가까이 발표되는 관련 논문들은 단순히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응용 가능성을 탐구하는 연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기초 과학적 발견과 기술 적용 간의 '시간 격차'가 존재하더라도, 박 교수의 연구가 가지는 응용 가능성과 파급력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광고
한국 독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과학의 노력과 결실은 단순히 학문적 성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박제근 교수의 연구는 한 과학자의 끈기와 열정이 어떻게 미래 기술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입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2차원 자성체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이후, 이 분야는 물리학과 재료과학의 핵심 주제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차세대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 개발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 발전에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지원과 기대는 과연 무엇일까요? 박 교수와 같은 기초 과학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 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도전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런 첨단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향후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질 위험도 있지 않을까요? 한국 과학자들의 도전과 성과를 지지하며, 더 나은 과학 기술의 지평을 함께 열어나가길 기대해봅니다.
박 교수의 사례는 기초 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지원이 결국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