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만 준다고 디지털 교육? 본질이 빠진 미래 교실

하드웨어는 넘치고, 교육은 비어 있다

디지털 전환, 학교가 가장 느리게 움직인다

‘도구’는 있지만 ‘철학’은 없는 교실

디지털 교육, 이제는 진짜 ‘교육’을 말할 때

1. 하드웨어는 넘치고, 교육은 비어 있다
“아이들에게 태블릿만 쥐여주면 디지털 교육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스마트 기기를 나눠주는 것이 교육 혁신인 것처럼 말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학교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에 무선 인터넷이 깔리고, 학생당 태블릿이나 노트북이 한 대씩 지급되기도 했다. 각종 온라인 수업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도 함께 도입되었다. 겉보기에 교육은 매우 '첨단화'되어 보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교사는 기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종이책을 스캔해 화면에 띄우고, 학생은 수업 중 웹툰을 몰래 보고 있다. 플랫폼은 있으나 설계는 없고, 콘텐츠는 있으나 방향이 없다. 기기는 넘치지만 교육은 사라졌다. 교육 현장의 사람들은 묻는다. “대체 이게 무슨 교육인가?”

 

2. 디지털 전환, 학교가 가장 느리게 움직인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AI 기술 도입도 앞서고 있고, 디지털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을 능가한다. 그런데 교육 분야만큼은 예외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디지털 교육 준비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 항목에서는 상위권이지만 ‘교육 활용도’ 부문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교사의 디지털 역량과 교육 콘텐츠의 질적 수준에서 현저한 한계를 드러냈다.

 

학교 현장은 보수적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도 체계적 훈련 없이 현장에 그대로 넘겨진다. 교사에게는 ‘기기를 써야 한다는 압박’은 있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지원은 없다. 디지털 전환의 가장 핵심인 ‘교육 주체’들이 오히려 가장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3. ‘도구’는 있지만 ‘철학’은 없는 교실
디지털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왜’에 대한 질문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기기를 쓸까”, “어떤 플랫폼이 좋을까”는 논의하지만, “그걸 왜 써야 하는가”,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는 묻지 않는다.

 

교육은 단지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을 기르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키우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교육은 마치 쇼핑몰처럼 기능과 콘텐츠, 클릭 수에 집중한다.

 

AI 튜터, 학습 분석 시스템, 챗봇 상담 교사… 기술은 나날이 정교해지지만, 그 속에 ‘사람’은 점점 지워지고 있다. 학습의 주체는 누구인가? 진짜 배움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가? 이런 질문들이 빠진 기술 중심 교육은 오히려 학습자와 교사를 소외시킨다.

 

4. 디지털 교육, 이제는 진짜 ‘교육’을 말할 때
이제는 ‘기술을 도입하는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짜 필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고, 그 위에 기술을 어떻게 얹을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첫째, 교사의 디지털 교육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단순한 기기 조작을 넘어, 교육 설계, 디지털 윤리, 상호작용 중심 수업을 위한 연수가 필요하다.

 

둘째, 학생 중심의 콘텐츠 설계가 중요하다. 교과 진도만을 따르는 콘텐츠가 아닌, 학생의 관심과 배경을 반영한 맞춤형 자료가 필요하다.

 

셋째, 기술은 보조 수단일 뿐,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학생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교사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더 정밀한 개별 지도를 수행할 수 있다.

넷째, 교육 철학이 담긴 디지털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한 장비 보급이 아니라,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방향성을 디지털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태블릿을 준다고 아이들이 배우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아무 준비 없이 기술을 쥐여주면, 아이들은 더 깊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디지털 교육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기술은 도구일 뿐, 진짜 교육은 관계 속에서, 고민 속에서, 실수와 피드백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로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그리고 “그 길에 교육은 어디에 있는가?”

 

작성 2025.07.17 21:26 수정 2025.07.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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