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년 쏟아지는 폭우·태풍… 똑같이 당할 것인가, 달라질 것인가?”

[사진 출처: 태풍과 폭우가 쏟아지는 모습, gpt  생성]

“올해는 다르겠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매년 같다. 여름만 되면 뉴스에 등장하는 익숙한 장면들…무너진 제방, 잠긴 도로, 고립된 마을, 그리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 익숙하다는 말이 비극일 만큼, 우리는 반복되는 재난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2022년 서울 강남 지역을 마비시킨 115년 만의 폭우, 2023년 충청지역을 휩쓴 돌발 홍수, 그리고 2024년 태풍 ‘카눈’의 경로를 가늠조차 못 했던 대응 부실은 단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명백히 ‘사람의  대응’ 문제였다. 가장 기본적인 예보 전달 체계, 배수 인프라, 주민 대피 시스템에서의 준비 부족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재난의 책임”은 자연에만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해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정말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준비하지 않았던 것일까? 답은 명확하다. 우리는 변한 자연에 맞춰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10년 전의 대책으로 오늘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재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자연재해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특히 여름철의 폭우와 태풍은 해마다 일정한 주기로 발생하며, 그 강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주기성과 반복성은 오히려 “익숙한 재난”이라는 착시를 만들어 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8도 상승했고, 여름철 국지성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후위기는 이미 수치로 증명되며, 자연재해의 양상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예전에는 몇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던 강우가 이제는 ‘1시간 집중’ 형태로 변모하고 있으며, 태풍의 세기도 아열대화하면서 내륙까지 깊숙이 피해를 남기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대비하는 우리의 시스템이 여전히 ‘과거형’이라는 데 있다. 재해는 이미 진화했는데, 우리의 대응은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고 있다. 결국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회는 재난의 강도보다 ‘관리의 실패’로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은 전국이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수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예산과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어 일정 수준의 방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반면, 비수도권이나 중소도시, 농촌 지역은 여전히 재해에 취약한 상태다. 이는 ‘지방소멸’과 연결되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2023년 경북 예천군의 산사태 당시, 주민 대피 방송이 재난 발생 후 40분이 지나서야 시작된 사례는 극단적인 예다. 해당 지역은 자동 경보 시스템조차 없었고, 인력도 부족했다. 한편  고속터미널 강남지하상가는 인공지능 기반 침수 센서 시스템이 가동 중이었지만, 인력 부재와 경고 무시로 인해 상가가 침수되었다.

 

즉, 시스템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해도 무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재해는 ‘사건’이 아닌 ‘사고’로 전환된다. 특히나 정보 격차와 행정 역량의 불균형은 재해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한다. 그들이 사는 저지대, 노후 주택, 비상 탈출로조차 없는 골목은 해마다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이 된다.

 


위기의 미래를 바꾸는 선택..예측 기반 대응과 시민 중심 시스템의 재설계

전문가들은 "재해는 막을 수 없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핵심은 ‘예측’과 ‘준비’에 있다. 날씨 데이터, 기후 모델링, 도시 인프라의 위험도 분석 등은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정책’과 ‘실행’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중심의 예산 분산이 아니라, 중앙-지방 간 통합된 위기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일본처럼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민에게 전달하고, 훈련과 대응을 생활화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또한 시민 참여형 재해 예방 프로그램, 예를 들어 지역 자원봉사단 훈련, 침수 지도 작성, 앱 기반 위험 알림 서비스 도입 등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방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어느 지자체는 스마트 도시 시스템에 수십억을 투자하면서도, 비상 대피소 표지판 하나는 방치한다. ‘사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에 집중하지 않으면, 매년 같은 장면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재해는 불공평하다. 누구에게는 경고이고, 누구에게는 종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재해는 반복되며, 더 강해지고 있고, 더 자주 온다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당할 것인가, 아니면 달라질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법 개정이나 예산이 아닐 수도 있다. 당장 비상 방송의 음량을 점검하고, 대피소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지역사회 훈련을 정례화하는 것.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들이다. 기후위기는 멈추지 않겠지만, 대응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은 우리 모두의 ‘결심’이다.

 

 

 

 

작성 2025.07.20 12:13 수정 2025.07.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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