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은 편견 없이 진료할 수 있을까?

숫자의 옷을 입은 편견, 의료 알고리즘의 맹점

AI 진료는 공정한가? 차별을 학습하는 알고리즘

우리는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 기술 중심 vs 인간 중심

1. 보이지 않는 편견, 데이터 속에 숨어 있다
“인공지능은 중립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다. 인간처럼 감정이나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절반만 진실이다. AI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 안에 이미 사회의 편견이 섞여 있다면, AI는 그것을 고스란히 흡수한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미국의 의료 인공지능 시스템이 흑인 환자보다 백인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추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AI가 ‘병원 비용 지출’을 환자의 건강 상태 지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흑인 환자들은 의료 접근성이 낮았고,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에서 지출한 비용이 적었다. AI는 이를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오해한 것이다.

 

이는 AI가 데이터를 ‘학습’은 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의 진료는 인간 사회가 축적해온 차별과 편향을 정제된 형태로 재생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AI에게 맡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 기반한 세계관’이다.

 

2. AI 진료는 공정한가? 차별을 학습하는 알고리즘
AI가 진료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는 ‘공정함’이다. 하지만 이 공정함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남성과 여성, 젊은 사람과 노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대도시와 농촌 거주자 간의 데이터가 불균형하다. AI는 이러한 ‘대표성 결여’ 속에서 편향된 진단 결과를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 예측 알고리즘은 대부분 남성 데이터를 중심으로 훈련되어 있다. 여성의 경우 동일한 증상이어도 심근경색 진단 가능성이 낮게 나타난다. 또 폐암 진단을 위한 AI 시스템은 백인의 흉부 X-ray를 기준으로 학습되어, 유색인종의 폐 구조나 병변을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AI의 편향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넘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공공의료나 보험 시스템에 접목될 경우, 사회적 약자 계층은 AI에게조차 소외당하는 이중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알고리즘이 편향을 학습하면, 그것은 곧 차별을 구조화하는 도구가 된다.

 

3. 의료 기술의 진보인가, 윤리의 퇴보인가
AI는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수치화하여 진단한다. 인간이 가지는 직관, 공감, 판단력은 없다. 이는 한편으로 정확성을 높일 수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인간 중심성의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의료 현장에서 AI는 단순한 도구 그 이상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책임 소재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환자에게 잘못된 치료를 추천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의사인가, 개발자인가, 아니면 알고리즘 자체인가? 현행 법제도나 의료 윤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의료 판단의 ‘설명 가능성’ 부족이다. 대부분의 AI는 블랙박스처럼 작동한다.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한 설명을 이해할 권리가 있다. AI는 이 권리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

AI 진료는 기술적 진보인 동시에 윤리적 경계선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중심의 의료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의료 AI의 진화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4. 공정한 인공지능, 가능성과 조건
그렇다면 AI가 완전히 공정할 수는 없는 걸까? 정답은 ‘조건부 예스’다. AI의 공정성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느냐에 달려 있다.

 

첫째, 다양한 인구 집단을 반영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성별, 인종, 나이, 사회경제적 배경이 고르게 반영된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으면 AI는 일부 계층에게만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게 된다.

 

둘째,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AI가 왜 특정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다.

 

셋째, 인간 의료진과 AI의 협업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AI는 보조자로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한 ‘추천’을 제공하고, 최종 판단은 의사가 내리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편향이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인간이 이를 조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작동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의료 AI의 윤리 기준과 법적 책임을 정비해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제도는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의료를 지키기 위해선 기술과 윤리, 법률이 함께 진화해야 한다.

 

AI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 공정한가?”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때로는 더 정확하게 진단한다. 하지만 공정하지 않다면, 그 정확성은 무의미하다. 편향된 AI가 만들어내는 의료는 기술이 아닌 통제다.


우리는 AI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은 정말 편견 없이 진료할 수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는 과연 공정한 AI를 만들 의지가 있는가?”
 

작성 2025.07.26 21:00 수정 2025.07.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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