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먹는 마을 2
“그럼 내 꿈도 여기 있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남자는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검은 리본으로 묶인 작은 병을 꺼내 지우에게 내밀었다.
“이 안에 네가 잃어버린 꿈이 있을지도 모르죠.”
지우는 두 손으로 병을 꼭 쥐었다.
“정말 내 꿈일까?”
병마개를 조심스럽게 열자, 안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 속에서 펼쳐진 풍경은 낯설고도 슬펐다.
책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꿈속의 책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안 돼, 왜 왜 책들이 울고 있죠?”
지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꿈 수집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지우의 발밑으로 까만 그림자가 스윽 다가왔다.
노란 눈을 반짝이는 검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꿈을 지키고 싶다면, 나를 따라와.”
고양이는 낮게,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지우는 숨을 고르며 고양이를 바라봤다.
“정말 내 꿈을 찾을 수 있어?”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길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고도 어려울 거야.”
지우는 잠시 주저했지만, 손에 쥔 노트와 병을 꼭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난 갈래. 내 꿈을 되찾고 싶어.”
고양이의 노란 눈동자가 살짝 웃는 듯 빛났다.
“좋아. 그 용기라면 길을 잃지 않을 거야.”
안개 자욱한 마을 골목.
검은 고양이는 꼬리를 살짝 흔들며 앞장서 걸었다.
“따라와. 하지만 절대 뒤돌아보면 안 돼.”
지우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왜 뒤돌아보면 안 돼요?”
고양이는 잠시 멈추더니, 노란 눈으로 지우를 바라봤다.
“뒤돌아보는 순간, 너의 발자국이 사라져 버릴 거야. 그러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지.”
지우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무서워도 안 돌아볼게요.”
그녀의 작은 손이 노트를 꼭 쥐었다.
노트 위엔 ‘내 꿈을 꼭 찾을 거야’라는 글씨가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
마을 한쪽, 낡은 철문을 밀자, 그 안에 거대한 정원이 펼쳐졌다.
나무마다 작은 유리병들이 매달려 있었고, 그 안에는 반짝이는 빛이 갇혀 있었다.
“와아.”
지우는 무심코 감탄했다.
“전부 꿈이에요?”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잊은 꿈들이야. 누군가는 용사가 되려 했고, 누군가는 하늘을 날고 싶어 했지. 하지만 커가면서 잊어버리고 말았어.”
지우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가장 낮게 달린 병을 만졌다.
안에는 작은 무대에서 춤추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소녀의 발레 슈즈가 반짝이며 빛났지만, 곧 흐릿해졌다.
“저 아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했나 봐요.”
지우가 속삭이듯 말했다.
고양이가 낮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높았던 거지. 그 꿈은 이곳에 갇히고 말았어.”
지우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럼 내 꿈도 여기서 이렇게 사라져 가는 걸까?”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지우를 이끌며 더 깊숙이 들어갔다.
정원 끝자락, 희미한 아이들 그림자가 모여 있었다.
그림자들은 서로에게 기대듯 앉아 있었다.
“저건 뭐예요?”
지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잊힌 꿈을 가진 아이들의 조각. 그들은 여기서 자신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 거야.”
지우는 그림자 하나에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엄마, 나도 언젠간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지우는 눈물이 고였다.
“이 아이들 너무 슬퍼 보여요.”
고양이는 잠시 지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 꿈을 지키지 못하면, 너도 저들과 같아질 수 있어.”
지우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난 그렇게 되지 않을 거예요. 내 꿈을 꼭 지킬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