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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14화 장기전에는 내 페이스대로 달릴 것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달리기에서 깨달은 한 가지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와 나의 속도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달리기에서 깨달은 한 가지

지난주 화요일, 평소처럼 5km 달리기를 이어갔다. 다만 그날은 저녁이 아닌 낮에 달리기를 택했다.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가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초가을의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곳곳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달리기를 돕는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 순간, 평소와 달리 마음속에서 작은 욕심이 피어올랐다. “오늘은 컨디션도 좋은데, 한 번쯤 기록에 도전해 볼까?”

 

며칠 전 블로그에 쓴 글이 떠올랐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남을 따라가다 제 페이스를 잃고 지쳐 버린 경험을 담은 글이었다. 그때 다짐하기를, ‘내 속도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건만, 막상 달리다 보니 다시 욕심이 고개를 든 것이다. 자신감이 충만했고, 근거 없는 확신까지 더해졌다. 결국 나는 도전을 선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8분 12초. 그동안 깨지지 않던 30분의 벽을 넘어섰다. 그 순간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오랜 시간 이어온 루틴 속에서 새롭게 세운 기록은 큰 성취감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곧 숨이 가빠지고 다리는 무겁게 짓눌렸다. 기록은 세웠지만 몸은 무리한 속도에 경고를 보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건 기록이 아니라, 내 페이스를 지켜내는 것 아닌가.”

 

꾸준함이 주는 안정감

그 후로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호흡과 걸음에 집중하며,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자는 다짐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하자 숨은 고르게 이어졌고, 달리기가 훨씬 안정적이었다. 빠르게 달릴 때는 중간쯤에서 늘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페이스대로 달릴 때는 ‘조금 더 달려볼까?’라는 여유가 생겼다. 달리기가 힘겨운 싸움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이 되어갔다. 이 작은 차이는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기간의 성취에 몰두할 때는 금세 지치고 좌절하기 쉽지만, 꾸준히 내 속도를 지켜갈 때는 마음이 단단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오래도록 계속할 수 있는 리듬’을 찾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와 나의 속도

현대 사회는 늘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더 높은 성과, 더 짧은 시간 안에 내야 하는 결과, 더 치열한 경쟁. 그러나 빠른 속도가 곧 진정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리한 속도가 남긴 후유증이 더 큰 타격을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에 끌려가기보다는, 나만의 페이스를 찾고 지켜내야 한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이번 경험은 내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게 했다. “나는 지금 누구의 속도를 따라 달리고 있는가? 나의 호흡을 지키며 달리고 있는가?”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혹시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속도에 끌려 다니며 지쳐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스스로의 리듬을 지켜내고 있는지.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기전이다. 잠시 성취를 위해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끝까지 달려갈 수 있는 내 페이스다. 내 호흡을 지켜내며 묵묵히 달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멀리, 가장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다. 기록은 잊혀질 수 있지만, 내 속도로 달리며 얻은 기쁨과 단단함은 오래 남는다. 장기전에는 결국 내 페이스대로 달리는 것이 답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09.09 22:20 수정 2025.09.0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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